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여길 것이냐, 그리고 남이 하는 말은 모조리 반박하고, 제 혼자 옳은 줄 아는 무지. 인생 한 판에 역전을 기대하는 심리들, 이 글들은 참으로 통쾌하다. 뜨끔하기도 하다. 문인이 인터넷 용어, 비어 들을 사용해서 신세대와 소통을 한 것은 좋은데, 문인으로서 이렇게 비속어를 쓴 것이 생소하다. 물론 이외수 선생님이니까 뭔 깊은 뜻이 있겠지 싶으면서도.
글을 좀 잘 썼으면 좋겠다. 글쓰기의 공중부양도 읽었더랬지만, 그의 글은 살아 있다. 읽고 있으면 활력이 넘치고, 바로 귓전에 대고 고함을 치는 것도 같다. 옆에서 항아리가 쨍 툭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땀냄새도 나는 것도 같고. 아무튼 대단한 분이다.
문학에 비한다면, 실용적인 글이야 얼마나 쉬우랴만은, 어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보고서를 생각나는 대로, 펜가는 대로 썼다가 혼쭐이 났다. 주변에 사람이 많았는데 깨지자니 무지 쪽팔렸다.(이런 표현 쓰면 안 되는데…) 니가 무슨 팔릴 쪽이 있냐. 우리 교수님이 늘 하시는 말씀인데. 그래도 낯이 뜨거웁다. 보고서를 잘 써야지 하고 늘 생각한다. 생각대로 안된다. 일목요연하게 짧은 시간안에 제대로 내용을 다 담아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보고하는 건 예술이다. 길 필요도 없다는데… 허구헌 날 메모의 기술과 정리의 기술, 뭐 보고 요령 읽었건만 허사다. 책을 허투루 읽은 게냐.
아마 정성을 들이지 않고 글을 내동댕이친 걸 상대도 아는 모양이다. 내 속에 홧기가 가득해서 글을 다 뿜어내버린 걸 느끼는 것 같다. 한번에 일필휘지 휘갈겨제끼고 다시는 보기 싫다. 내 새끼같은 글이건만 나 닮았으련만 그래서 아주 싫다. 요즘 내 속이 편치 않은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서평을 쓸 때도 단편적이지만 단순하지는 않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글인 것 같아 속이 상한다.
그래서 자극적인 선생님의 글이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고수가 쉬운 글을 쓰니 그것도 멋져보였다. 일부러 인터넷용어와 비속어로 글의 권위를 찌그러트린 걸로 생각되었다. 인터넷에서 자주 만날 법한 내용이지만, 문학하는 이의 외로움과 한 줄 한 줄 열심히 살은 땀자욱이 느껴진다. 하악하악이 야동을 보고 내는 소리일 줄이야. 무슨 한자일 줄 알았는데. 역시 괴짜이다.
형식은 가벼웁되, 주장하는 바도 그렇지는 않다. 예술에 대한 갈망, 자신의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의 내공, 젊은이들을 향한 조언들이 귓전에 쟁쟁하다.
한 가지 일에 평생을 건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 ‘언제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 우물을 파다가 끝까지 물이 안 나오면 인생 막장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하면서 손도 까딱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삽질 한 번 해보지 않고 그런 소리나 하는 사람들, 대개 남에게 물을 얻어먹고 살거나 한평생 갈증에 허덕거리면서 세상 탓이나 하고 살아간다. 쩝이다.
실패할까봐, 쪽팔릴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언제나 최선을 아껴둔다. 한번쯤 몸도 던져보지 못하고 인생이 시들어간다. 웹 2.0은 각 분야에서 혼자서 실컷 또라이짓하는 친구들의 한바탕 버라이어티 쇼가 어우러져 장르도, 나이도, 국가도,
경험도 다 무시하고 넘나들어 최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데....시대착오적으로 학력(그것도 십년도 넘게 졸업한 대학교), 전공(전공책 다 읽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시라. 진작 엿바꿔먹었다.) 운운하면서 살고 있다.
남들은 시간을 다섯 배로 굴려서 복리도 혜택을 받을 동안, 겨우 한 가지 움켜쥐고, 그나마 잃어버릴까 조마조마한 애늙은이처럼 뭐냐...이게. 이 책을 읽다보니, 흥분하게 됐다. 불끈불끈...컴퓨터가 다운되더라도 한번 달려봐야 되는 거 아니냐. 설사 그게 야동 탐험이었을지라도 말이다
문.사 운영자 프리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