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담담할수록 감동을 준다.
글 쓰는 사람이 제일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자기흥분’이다. 원래의 의도는 읽는 이에게 보다 실감나게 상황을 전달하여 공감을 갖게 하려는 순수함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읽는 이의 냉담한 반응을 부추길 뿐이다.
좋은 글을 쓸려면 우선 차분하고 냉정해야 한다. 내가 얻은 감동만큼만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해나가면 읽는 이들은 각자 자기의 분량만큼 감동을 받는다. 글쓴이가 자기의 분량만큼을 읽는 이에게 기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욕심일 따름이다.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자기의 감정을 부어넣다 보면, 아무리 해도 모자란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럴수록 자기감정에 빠져 더 많은 설명이 보태진다. 그러나 읽는 이는 글쓴이의 일방적 과속으로 치닫는 감정(또는 상상)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나중에는 스멀스멀 일어나는 반발심 때문에 더 읽기를 중단하고 만다.
예를 들어 맑고 깊은 호수의 물빛을 ‘푸름이 너무 깊어...’ 정도로 표현하면 무난할 것을 ‘꼭 쪽빛을 닮았다’느니,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다’느니, ‘코발트 빛 가을 하늘이 내려앉은 것 같다’느니 하며 장황하게 설명하면 거울처럼 맑디맑은 호수를 연상하던 읽는 이는 뜬금없이 초등학교 시절 손에 묻혔던 잉크가 생각나 감정이 산만해진다.
‘깊은 푸름’에서 초록빛을 떠올리든, 남색을 떠올리든, 파랑색을 떠올리든 그것은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 읽는 이들은 각자 자기 나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어 나름의 해석을 하면서 행복해 하고 자기도 모르게 글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마치 동양화에 여백을 많이 남겨두어 감상하는 사람에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사실 어지간히 글줄이나 쓸 줄 아는 사람에게도 흥분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담담한 자세를 줄곧 지켜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요점 : ① 흥분은 자기함정이다. ② 읽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