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날
남보다 한 발 앞세우고 싶은
할미 욕심에 떠밀려
학교도 안 들어간 짱이가
대학교 형들이 쓰는 강의실 의자에 앉아
한자 자격시험 7급에 도전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검토하라고 심어준 밑말은 잊어버리고
두 볼이 복숭아처럼 상기된 채
일찍 밖으로 나와 내 품에 안겼습니다.
나 역시 수고했다는 말은 잊어버리고
“낱말 뜻 쓰는 문제에 무엇이 나왔어요?”
“생일”
“그래서 뭐라고 썼어요?”
“나만의 날!”
그 전날 생일을 맞아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한 보따리 받은
짱이의 자신 있는 대답입니다.
“왜 나만의 날이 되었을까요?”
“... ...”
어린 시절의 생일은 선물을 많이 받고 싶은 나만의 날이었죠.
늦은 나이 생일엔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은
나이테가 늘어가면서 더 많은 새들을 품어주는 나무처럼
딱쟁이를 밀고 솟아나는 새살마냥 이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예순 두 번째 생일
나 또한 짱이처럼
본질은 땅띔도 못하고
현상의 암호만을 해독하면서
해미 속에 숨어있는 이어도를 찾듯
그릇된 앎 속에 갇혀있는 보리동자가 아닌지...
밑말: 다짐하여 일러두는 말.
땅띔: 알아내는 것. 해미: 바다 위에 낀 아주 짙은 안개.
이어도: 환상의 섬. 보리동자; 어리석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