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갯벌이 새벽마다 하체를 드러내는
남쪽 갯마을, 나 다시 왔네
그리운 이름 찾아 천리길 왔네
유자향기는 옛처럼 그윽하고
해변길 소나무는 더욱 푸르러졌건만
기다리마던 고운 님은 소식이 없어라
까치놀 물든 바다 위로
점점이 떠서 흐르는 섬들도 다 살아나는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디로 갔나
물새들의 시린 울음만 물 틈으로 새어다니는
이 겨울바다는
막막한 내 가슴에 불을 지르고
종일토록 선창머리에 앉아
그 시절 녹슨 추억을 닦고 또 닦아내어도
가버린 옛사랑은 찾을 길 없어라
이 바다, 소금기 같은 눈물로 어리는 그대
해당화 수수한 향기로 젖어오는 그대여
끊어진 세월은 우리 가슴에 아픈 못을 지르고
차운 바람은 쉼없이 귀를 때리는데
날 저물어 돌아가는 시오리 해변길
마지막 잔을 나누던 그 선술집 불빛만
외로이,
흐려진 내 눈 속에 깜박이며 빛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