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영 作
으시시 추운 바람을 몰고 겨울이 찿아왔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들판엔 허수아비가 홀로 외로이 서 있었다.
바람맞이 강변엔 갈대들의 쓸쓸한 은퇴식이 있었다.
피끓른 정열을 토해낸 가슴엔 훈장처럼 하얗게 추억들이 물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그 쓸쓸함마져 감미로운 사랑으로 도닥여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을 낭만으로 위로받고 싶은 어쩌면 난 철부지 나그네인지도 모르는데
세상사람들은 그런 나더러 감성시인이라는 닉네임을 지어 주었다.
그리곤 이 겨울을 앵무새처럼 즐겁게 노래하라고 한다.
내 가슴속의 겨울은 텅 빈 사랑에 하냥 서러럽기만 한데
그 서러움 마져 예쁘게 포장하여 아름답게 웃으라 하니
앙상한 몸짓 거짓자태로 흐느적거리며 삐에로의 긴 겨울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