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눈을 열고 잡으려 해도,
파르른 자기그릇 끝에 넘어지는 햇실같이,
그대의 미끄런 옷깃만 원망스러울 뿐.
눈부신 해를 보려해도
이름없는 먼지에 눈이 시려,
오르지도 못하고,
배회(徘徊)의 눈길만 희물거리며
서성이는 잔약(孱弱)한 구름이 될 뿐,
청아(淸雅)한 파도 소리도
숨죽이며 귀 모아우던,
그 손언(巽言)스럽던 빗소리인데,
왜 내려서는 잿물인지,
내 손안에서는 잿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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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고는 볼수 없어,
눈을 감으니 표연(飄然)히 피어오르는,
그대의 유일한 나의 정표(情表).
머릿속을 공명(共鳴)하는 여운(餘韻)의 포도주 향내가
서르르 풀어나오는 수건조각으로
나는 내 얼굴을 닦아본다.
사뭇 깊은 그리움도 닦아본다.
아무도 보지못하도록,
내 무슨 표정(表情)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