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끝 집 한 채를 전세 얻었습니다.
이슬 객, 바람 불청객, 태양 도둑, 별 친구..
가끔 들리곤 합니다.
간혹 갈매기 조나단이 지친 날개 쉬었고,
어린왕자 지구별 떠난 줄 알았더니 하룻밤 지어보낸적도
있었습니다.
번개 품은 비에 허물어질 뻔 하기도 했지만,
번개는 오히려 집을 말끔하게 소독하는데 더 요긴했습니다.
달나라 옥토끼, 별나라 꽃선녀,
가끔 내려와 놀다 가고 나면.
그 집은 유달리 달빛, 별빛 받아 예뻤습니다.
집의 뿌리는 무지개에 닿아 있고,
무지개는 땅에 닿아 있어,
원래 그 집은 지상 사람들도 들르긴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지상에서 무지개가 보이지 않게 되고,
사람들은 해서 무지개가 사라졌다하며 별 아쉬움 없이,
그 집을 잊었다고 합니다..
이제 무지개 끝 그 집에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는 않습니다.
집은 외롭지 않은데, 사람들은 저마다 외롭다 하니,
집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 그대에게 무지개 끝 전세 얻은 집을 양도하겠습니다.
가끔 머물다 가시며 여러 객들에게 인사도 하고,
이야기 나누어도 좋습니다.
그대 홀로 호젓이 지내도 좋습니다.
이제 그 집은 당신이 전세권자입니다.
소유아니라고 섭섭해하지는 마십시요.
그 집은 이미 당신도 아셨겠지만,
'소유'로 언급될 성질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 그 집에서 당신이 붙이는 무지개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유일한 양도의 조건이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