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비의 진실
비가 내려 슬픈 것이 아니라
슬픔을 아는 비가
내리는 것입니다.
땅을 적시듯
온 마음을 적실 만큼
충분히 비는 알고 있는
것입니다.
한 때 충만히 마음을 넘치던
감성의 강물이 눈물로
마르고 증발하여
그리움으로 다져온 땅이 갈라지고
다시는 초록새싹이 나지 못할
사막이 되기 전에
얼마든지 울어도 좋을 만큼
얼마든지 슬퍼해도 좋을 만큼
진정한 슬픔을 아는 이를 위해
비가 오는 것입니다.
비는 이미 알고 있음입니다.
슬픔이란 이렇게 소리 없이
제 속으로 깊이깊이 젖어 가는 것임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덜어가야 하는 것임을
쓸쓸히 내리는 빗방울에
마음이 슬퍼지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 젖어있는 마음이
흐려진 눈으로 비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