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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마중

     날짜 : 2016년 07월 03일 (일) 8:47:08 오후     조회 : 3333      
                           비오는 날엔

 

‘떡갈나무 숲 속에 졸졸졸 흐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파인 김동환님의 시 가곡처럼

 

내게도 혼자만 살짝 꺼내보는 아끼는 말이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 ‘바르시카’, 번역하면 雨期(우기)라는 말입니다.

지금은 스님들의 안거나 천주교 신자들의 피정이라는 말의 근원이 되겠죠.

비가 와서 사냥을 하지 못할 때

자신을 돌아보는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됨으로써

자의식이 성장하는 힘든 시기라고 합니다.

 

손가락만 스치면 금세 금세 바뀌는

스마트폰의 화면처럼 허둥대며

또 반년이 지났습니다.

화학원소의 결합모양으로 누군가와 붙어서...

길미가 되기도, 안 되기도 하는

핑계도 갖가지 모임,

혼자서도 잘 떠들어주는 친구 텔레비전.

떨어지면 불안한 친구 휴대폰.

싱크대에 쌓여있는 뒤죽박죽 설거지거리마냥

체계를 잃어버린 생각의 고삐들

길거리 사람들을 위해 새 옷을 갈아입는

쇼윈도우에 서 있는 꼭두사람과 다르지 않은.

 

장마전선 운운하는 일기예보가 반갑습니다.

비오는 날엔

사냥을 쉬고 동굴에 앉아서

골똘한 생각에 잠겼던 그 옛날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작은 동굴 하나씩 찾아서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힘들고 힘든 바르시카의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지요.

 

        ★ 길미;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꼭두사람; 주로 옷을 파는 곳에서 쓰는 사람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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