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잠시 손 안에 들어온 나비 같았다.
날개가 부러지지 않게 살며시 가두어 잡은 검푸른 나비
비록 아직은 손가락 사이로 아름다움을 쥐고 있지만
언제든 손을 펴면 날아가 버릴까봐
손을 꽉 움켜 쥐지도 펼치지도 못하게 하는 나비
햇볕이 포근하고 벚꽃 향기가 지천으로 흩날리던 봄
두 눈을 감고 봄의 소리를 듣고 있는 내손가락을 간지럽히던 것은 바로 나비였다.
검고 푸른 날개를 가진 신비로운 나비
내 손가락 위에 앉아서 몇 번 날개를 펄럭이던 나비는
이내 내 등뒤로 날아 올라 귀 옆으로 눈 앞으로 손에 잡힐 듯 하더니 내 가슴 위에 내려 앉았다.
하필 그때 봄바람이 불었고, 나는 나비를 따라 몸이 떠오르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꽃향기가, 봄의 소리가, 따사로운 햇빛이, 선명하게 푸른 나비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하늘을 날아 올라
내가 있어야 하지 말아야 할 곳에,
유리로 된 바닥 위에 올라섰다.
나는 그제야 까마득함을 느꼈고, 나비를 살짝 움켜 쥐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나비가 날아가 버리면 이 바닥이 산산조각 나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나비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바닥이 산산조각나면 끝없이 추락을 하게 될꺼라는 것을 아는 것이
이미 유리바닥을 금가게 하고 있었다.
내 손 안에는 꽉 쥐지도 놓지도 못하는 그녀가
그녀의 눈 안에는 두려움에 흔들리고 있는 내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이 손을 놓고 떨어짐을 견뎌야만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결심이 서지 않을 뿐.
그렇게 금이 전파되고 있는 유리 바닥 위에 서 있었던 나를
그렇게 움켜 쥐지도 펼쳐 날려 보내지도 못하는 나를
그녀는 그 아름답고 큰 날개로 보듬어 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