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간다.
필통과 알림장이 들어있는 책가방을 들고서.
실내화를 신겨 교실로 들여보내면
초등학교 일학년 손자 풀솜할머니의 아침시중은 끝난다.
음표로 표현할 수 없이 경쾌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춤을 추듯 벌떡이는 운동장이
나이많은 운동장을 불러온다.
그분은
종합종례 때 구령을 부르라고
덩치만 컸지 이름만 불러도 얼굴이 빨개지는 나를
일요일마다 불러서 연습을 시키셨다.
내가 갈망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학생들 앞에 세우셨다.
첫 번째 체육실기시험은 뜀틀.
무릎과 허벅지에 피멍이 들면서
성공을 했을 때 굴진 마음을 어찌 잊으랴.
성취감이라는 단어의 예문이다
졸업식, 입학식, 체육대회, 합동미사, 중간체조 등
항상 그 가운데 계시던
그 분이 가셨다. 아주 멀리.
그러나 나는 그 분에게 어떤 묘비도 허락하지 않으리.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에 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끈 쥔 두 주먹과
스프링처럼 열정을 뿜어내던 그분의 목소리.
미세먼지도 앉지 않는 연록의 나무처럼 선명하게...
박성순 선생님,
늦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렵니다.
풀솜할머니; 외할머니
갈망하다; 감당하다
굴지다;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