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마중
이순 (耳順)을 넘어서
어젯밤 짱이 뒤 꼭지에 잔뜩 새집을 지어놓고
시치미 뚝 떼고
베란다 앞 소나무에 무더기로 앉아서
“짱이야 놀자 짱이야 놀자”
그루잠 짱이를 깨우는 까치들의 수다가
설날을 재촉합니다.
시아버님께서 유명을 달리한,
친정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진
예순 넷이라는 숫자 앞에서
나이와 삶과 죽음의 상관관계가
출구를 못 찾는 당구공처럼
사골굴물 떡국 그릇에 달그락거립니다.
무당벌레 등에 있는 까만 점과
천억 개의 은하계로 이루어진 우주가
한 몸이라는 것을 알 것 같은
내 안에선 가끔
막걸리 항아리에서처럼 뽕올뽕올 소리가 난다.
젖산균이 터줏대감처럼 곰삭은 냄새가 난다.
갈망과 갈등과 갈증의 수많은 얼룩 중에
들숨과 날숨의 사이만큼 짧게나마
긴 장마 빨래말미에 보이는 조각하늘처럼
더 필요한 것도
더 버릴 것도 없는
무덤같은 평화.
누구에게도 팔아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내 나이.
그루잠; 깼다가 다시 자는 잠.
빨래말미; 장마동안에 잠깐 갠 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