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휘갈기는 시>-눈물보석
사집보다
더 많은 문학 문제집
그 안에서
수많은 시들의 비명소리 들려오네
동그라미, 세모, 밑줄들로
처참히 해부되는
고결하고도 아름답던 낱말들이여
많은 걸 담을수록
시들의 비명소리 더욱 커지니
오늘도
무의미한 낱말들을 토해내는
나의 작은 몽당연필
공감도 되지 않게
시간 속에 잊혀지게
오늘도 대충 휘갈기는
나의 시
명예와 작품성 앞에
지워져가던 시들의 아픔이여
나는 차라리
몇몇 사람들만이 가진
절판된 시집 속에 살리오
오늘도 시작되는
내 시들의 자결
나는 그리 살리오
나는 그리 할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