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여자아이지만 남자아이처럼 덜렁거리고 사고도 잘 일으켜서 '사고뭉치'란 별명도 있답니다.
매일 아침 송이는 학교에 가기 위해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예쁜 옷을 입으려고 난리입니다. 오늘은 더욱 더 난리를 부리네요. 송이가 반에서 좋아하는 철이에게 생일초대장을 받았거든요. 이 옷도 입어보고 저 옷도 입어보고 방안에는 옷들로 뒤덮여 방인지 옷장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였어요. 한참 옷을 고르고 있는데 엄마가 부르셨어요.
"송이야! 도대체 방에서 뭐하는 거니?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나와 밥 먹어. 학교 지각하겠다"
"네"
송이는 대답을 크게 하고 방에 널어져 있는 옷들을 보다가 눈에 띄는 옷을 발견했어요. 작년 봄에 외삼촌에게 선물 받은 빨간색 원피스였어요. 그리고는 얼른 원피스를 입고 마루로 나와 밥을 먹었어요. 반찬 중에 송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도 있었어요. 송이는 밥과 생선만 먹고는 일어나 책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서려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요.
"아차, 생일 초대장을 안 가지고 갈 뻔했네"
초대장을 가지고 다시 마루로 나왔어요. 생일 파티에 가려면 생일 선물을 사야 하는데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송이는 엄마에게 달려가서 생일 선물을 사야한다면서 돈을 달라고 졸랐어요.
"엄마! 나 철이 생일 선물 사야 되요. 돈 좀 주세요"
하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빨래만 널었어요. 송이는 그런 엄마가 무심하게 느껴졌는지 입만 삐죽 튀어나왔어요. 할 수 없이 돌아서서 철이 생일파티에 못 갈 거라고 생각하고 울먹거리고있었어요. 그 때 엄마가 나가려는 송이를 불렀어요.
"돈이 얼마나 필요하니? 아니면 나중에 엄마랑 같이 선물 사러 갈까?"
"네"
울려고 하던 송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웃었어요. 그리고 얼른 학교에 가서 수업도 열심히 들었어요. 그러다 수업이 빨리 마치기만을 기다리며 선물을 무얼 사면 좋을 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 때, 선생님이 딴 생각을 하고있는 송이를 보고 분필을 던졌어요. 분필은 이마를 정확하게 맞췄어요. 반 아이들은 역시 송이라며 키득거리며 웃었어요. 선생님은 반성문을 내일까지 써 오라고 하시고는 수업마치고 나가셨어요.
송이 이마에는 하얀 분필가루가 묻어있었어요. 가루를 털어 내고 얼른 집으로 달려간 송이는 엄마한테 빨리 선물 사러 가자고 졸랐어요. 한참 후에 선물을 고른 송이는 예쁘게 포장을 하고는 철이 집으로 갔어요. 철이 집에는 친구들이 이미 와 있었어요. 생일파티를 시작하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던 송이는 갑자기 배가 아팠어요. 케이크와 과자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이었어요. 화장실로 간 송이는 깜짝 놀랐어요. 화장실에 있는 변기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이상한 변기였어요. 게다가 깊은 구멍이 나 있었어요. 철이네 집은 옛날 할머니들이 살던 집 그대로였거든요. 그러니 구멍이 깊이 나 있는 변기일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냄새도 고약했어요. 놀란 송이는 신발을 구겨 신은 채로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잠시 후, 친구들이 불렀고 송이는 나가려다가 또 사고를 저질러버렸어요. 왼쪽 신발이 변기에 빠져버린 것이었어요. 처음부터 신발을 바로 신지 않은 게 잘못이었어요. 송이는 친구들을 부르려다 망설였어요. 친구들이 신발이 변기에 빠진 걸 알면 놀릴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그 때, 철이가 화장실 문을 열었어요. 송이는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린 것보다 철이가 온 걸보고는 더욱 놀랐어요. 철이는 뭐햐나고 물으려다 신발을 한 짝만 신고 있는 송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어요.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리고 신발 한 짝은 어딨는데?"
순간 송이는 얼굴이 빨개져 변기 쪽으로 보고는 고개를 숙였어요. 철이는 송이의 신발이 변기에 빠진 것을 알고는 소리 안 나게 웃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잠시 후, 철이는 긴 나무 막대를 가지고 와서는 변기에 빠진 신발을 꺼내 주었어요. 신발에는 고약한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났어요. 철이는 송이에게 다른 신발을 갖다주었어요. 그리고는 오늘 일은 비밀로 해준다고 약속을 해주었어요. 그러면서 말했어요.
"비밀로 해주는 대신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뭔데?"
"나랑 더욱 더 친하게 지내자. 너랑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래, 친하게 지내자"
철이와 송이는 새끼손가락을 걸어 우정을 변치 말자고 약속했어요. 그리고는 철이가 먼저 가면서 송이 귀에 대고 속삭였어요. 순간 송이의 얼굴은 딸기보다 더 빨갛게 되어버렸어요.
과연 철이가 송이에게 뭐라고 말했을까요? 왜 송이 얼굴이 빨개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