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보배는 이틀 째 집안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습니다. 별보배는 아무도 보고싶지 않았고, 모두 다 미웠습니다.
"신비한 돌이라고? 칫! 그까짓게 다 뭐야. 누가 뭐래도 최고의 장식품을 만들 수 있는 조개는 나뿐이라구."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답답합니다. 제일 미운 것은 진주입니다.
"흥! 내 재주가 부럽다구? 몰래 신비한 돌이나 만들면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도 절대 용서해 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별보배는 속으로 진주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주는 별보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주는 별보배를 찾아오지 않습니다.
'흥 흥'
별보배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술이 났습니다.
똑. 똑. 똑.
저녁때가 다 되어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진주일까?'
"별보배야"
느릿느릿한 목소리! 삿갓 아저씨입니다. 오랫동안 바위기둥을 떠나본 적이 없던 아저씨가 별보배의 집까지 찾아온 겁니다.
"들어오세요, 아저씨."
삿갓 아저씨는 집안으로 느릿느릿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별보배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별보배야, 그건 말이다. 그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단다.."
"네?"
"산호공원에 걸리는 조각품 같은 것 말이다."
별보배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삿갓아저씨를 쳐다만 보았습니다.
"별보배야, 넌 훌륭한 장식을 만드는 조각가가 되고 싶으냐?"
별보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삿갓 아저씨는 한 번 빙그레 웃곤 다시 심각하게 말합니다.
"우리 조각가들은 불가사리나 예쁜 산호초를 보고 근사한 조각을 생각해내곤 하지."
별보배는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은 장식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지. 그건 말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란다. 흠. 흠."
아저씨는 아주 중요한 비밀을 얘기하려는 듯이 헛기침을 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그 어떤 것이 조각품 안에 담겨진다면 아주 훌륭한 장식품이 될 수 있지."
"보이진 않지만 중요한 것…이요? 아저씨 그게 뭐예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죠?"
별보배는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그것은 별보배야, 네 힘으로 찾아야 한단다. 그런데 네가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별보배는 삿갓아저씨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멍하니 쳐다보기만 합니다.
"아이구! 오랜만에 밖에 나왔더니 허리가 아프구나. 다음엔 네가 놀러오너라."
삿갓 아저씨는 궁금해하는 별보배를 뒤로한 채 천천히 큰 도끼발로 사라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 그게 뭘까?"
별보배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 빵빠레가 울려퍼집니다. 오늘은 조개마을의 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조금 있으면 조개마을을 대표하는 조각품을 뽑고 산호공원에 붙일 것입니다. 조각품을 낸 조개들이 한쪽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 별보배와 진주의 모습도 보입니다.
"진주야, 떨리니?"
"응. 조금."
진주는 별보배를 보며 밝게 웃습니다.
별보배가 진주를 찾아간 것은 삿갓아저씨가 다녀간 다음날이었습니다. 진주는 별보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별보배야."
"진주야, 잘 있었어?"
둘은 어색하게 마주 앉았습니다. 탁자 위에 신비의 돌이 두 겹의 해초 위에 놓여 있습니다. 별보배는 힐끗 신비의 돌을 보았습니다. 조금 질투가 났지만 별보배는 마음을 돌렸습니다.
"별보배야, 이건…."
"진주야, 정말 멋진 돌을 만들어 냈구나. 네가 아팠던 게 이것 때문인지 정말 몰랐어."
별보배는 어리둥절한 진주를 향해 방긋 웃었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와서 미안해. 사실 난 너무 화가 나고 네가 미웠거든. 하지만 이젠 알았어. 나한테는 어떤 장식보다도 네가 소중하다는 거."
별보배의 말에 진주의 눈에 눈물이 글썽해 졌습니다.
"별보배야, 정말 고마워. 난 너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 신비의 돌이 만들어지는 것도 잘 몰랐고…. 이 신비의 돌로 산호공원에 조각품을 해야 한다고 다들 말하니까 별보배 네가 날 미워할 것 같아서…."
"아니야, 아니야. 넌 내 친구잖아. 이 신비의 돌 정말 예쁘다. 역시 신비의 돌이야."
별보배는 솔직하게 말하니까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이제 심술도 질투도 안 날것 같습니다.
"고마워, 별보배야. 그런데 사실 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진주는 별보배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그 후로 별보배와 진주는 매일 서로의 집에 들락날락 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무척 바쁘고 또 즐거워 보였습니다.
"에헴. 아-아- 자 모두 모여주세요. 여기 조각품 후보가 진열되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심사결과가 발표될 겁니다."
웅성웅성 모두들 단상 앞으로 모였습니다. 크기, 색깔, 모양이 가지각색인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야! 저 신비의 돌로 만든 장식 좀 봐. 어쩜 저런 빛깔을 낼까."
"그런데 신비의 돌을 감싸고 있는 장식은 별보배가 만든 거라지요? 역시 별보배에요."
모두들 별보배와 진주가 만든 장식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자, 이제 우리 조개마을을 대표하여 산호공원에 붙일 장식품을 발표하겠습니다."
마을의 대표인 가리비 시장이 단상 위에 올라서자 모두들 조용해졌습니다.
"엠. 우리 마을의 대표장식은…."
가리비 시장님은 긴장해서 그런지 물방울이 뽈록 뽈록 나왔습니다. 아기 조개들은 킥킥대며 웃었습니다.
"에헴. 우리 마을의 대표장식은 바로 별보배와 진주가 만든 장식입니다."
"와! 와! 별보배, 진주 만세다."
모두들 기뻐서 물방울을 만들고 축하의 인사를 했습니다. 축제 음악이 다시 시작되고 춤추는 조개들, 쌩쌩 꼬마 조개들을 태우고 달리는 아기 방어들 모두들 신이 났습니다.
그때 저쪽 바위기둥 위에서는 삿갓 아저씨가 별보배와 진주의 장식이 산호공원 꼭대기에 달리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 뒤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이 숨겨져 있지. 이제 조개마을 조각품 속에는 아름다운 너희들의 우정이 담겨진 거야. 별보배야, 진주야. 너희들이 그것을 알았으니 이제 훌륭한 조각가가 되었구나."
별보배와 진주도 장식이 달리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어깨를 맞대었습니다. 어느새 조개마을에는 바다 눈이 하나씩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 끝 -
* 바다 눈- 위에서 살다가 죽은 동물플랑크톤이나 물고기, 연체동물의 크고 작은 시체들과 배설물들이 하얀 눈처럼 가라앉는 것.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바다 눈을 받아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