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 깊은 곳 어딘가에서 노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넓고 넓은 바다, 바다 속 푸른 산호초 그리고 음~ 노래하는 조개.
바다는 숨-쉰다. 바다는 숨-쉰다."
노래 소리에 녹미채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붉은 우뭇가사리 밑에서 낮잠을 자던 청어 아저씨가 눈을 떴습니다.
"별보배 노래 소리군. 저 녀석 노래는 좋지만 좀 시끄러워."
잠이 깨버린 청어 아저씨는 천천히 바위 뒤로 사라집니다.
노래 소리가 뚝 그치더니 별보배의 탄성이 들립니다.
"와! 이건 정말 멋진데!"
뱅글뱅글 나사모양의 조가비를 가진 꼬마 별보배는 '작은 조각가'라고 불립니다. 그 이유는 별보배가 어리지만 조각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개마을의 조개들 뿐 아니라 개펄에 사는 소라게 아저씨까지 새로 장만한 집에 달 장식을 부탁하러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별보배가 사는 조개마을엔 석회질로 장식을 만드는 조개 조각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마을 한가운데 산호공원에는 다른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조각품도 달려 있고요. 조개마을의 큰 자랑거리지요.
"이 산호초의 모양은 아주 특이해. 색깔도 보랏빛이라니. 삿갓아저씨에게 보여줘야겠다"
삿갓아저씨는 젊었을 때 유명한 조각가였습니다. 산호공원에 달려있는 장식도 아저씨가 만든 겁니다. 지금은 늙어서 외진 바위기둥 밑 모래 속에서 혼자 살고 있지만 삿갓 아저씨는 별보배가 조개마을에서 제일 좋아하는 조개입니다.
"음. 정말 특이하구나. 별보배는 이 산호초를 보고 또 새로운 모양을 생각했겠구나."
"네, 삿갓 아저씨. 여기 패인 모양을 보세요. 그리고 뒤쪽은요…."
열심히 설명하는 별보배를 삿갓아저씨는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별보배야."
"네?"
"별보배는 장식을 만드는게 좋으냐?"
"네 아저씨. 아저씨처럼 멋진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조개들이 날 기억하게 하고 싶어요."
"그럼 유명해지고 싶어서 조각을 한단 말이냐?"
"그게 다는 아니에요. 전 무엇보다 장식을 만들 때가 가장 즐겁거든요"
별보배의 대답에 삿갓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삿갓 아저씨, 장식을 완성하면 다시 올게요."
별보배는 바위기둥을 돌아 나오는데 친구 진주가 생각났습니다. 진주는 아주 꼬맹이 때부터 별보배와 단짝인 조개인데 요새는 몸이 아파 누워만 있습니다.
'그래, 진주에게 이 산호초를 선물로 줘야겠다.'
별보배는 또 노래를 부르며 진주가 사는 구멍바위로 향했습니다.
아기 노랑씬벵이가 해초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몸에 술 같은 것이 있어서 노랑씬벵이가 해초사이에 있으면 아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숨바꼭질을 하는가 봅니다.
"진주야, 나 왔어."
"어. 별보배야, 어서 와."
진주는 힘없이 별보배를 맞았습니다.
"아직도 많이 아픈 거야?"
"응."
진주의 풀죽은 대답에 별보배는 얼른 보라색 산호초를 꺼냈습니다.
"진주야, 이거 너 주려고 가져왔어."
"와! 예쁘다. 정말 나 주는 거야?"
별보배는 진주가 좋아하니까 기뻤습니다.
"오다가 보니까 노랑씬벵이가 숨바꼭질하더라. 우리도 나중에 밖에서 신나게 놀자."
"응, 고마워. 별보배야, 요새도 장식품 만들고 있니?"
"어. 물결 주름이 많이 들어간 문패장식을 만들고 있어."
"별보배야, 난 네가 정말 부러워. 나에게는 왜 그런 재주가 없을까?"
별보배는 진주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나처럼 장식품을 잘 만드는 조개는 흔치 않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진주야, 내가 멋진 문패장식 조각해서 줄게."
진주의 집을 나오는 별보배는 행복하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했습니다. 아마 기분 좋은 건 진주의 칭찬 때문이고, 슬픈 건 진주가 아파서 이겠지요. 별보배는 또 특이한 모양의 산호조각은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07.13
녹미채, 씬벵이..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데서 들어본 듯도 하지만 제게는 낯선 단어들이군요. 바다에 대해서 많이 아시나봐요. 그럼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