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를 판타지 세계관 풍으로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철썩
카이논 제국의 바닷가. 변함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거친 바닷바람은, 한달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에 알 수 없는 착찹함을 느끼는 쟈일러스에게 그런 머리아픈 일들을 잊게 해 주었다. 암초에 부딪혀 배가 난파당한 뒤 일주일만에 발견된 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그때 자신을 처음 발견한 것이 약혼자 '루엔자'였단다. 그녀는 약혼자인 쟈일러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찾아보려 나왔다가 우연히 해안가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게되어 원래 일년 후였던 결혼식 날짜가 한달 앞으로 앞당겨 졌던 것이다.
"아니야. 루엔자가 아니야. 날 구해주고, 일주일 동안 곁에 있어준 자는....."
다른 사람들은 일주일동안 바다를 헤매다가 우연히 파도에 쓸려 해안가에 도달했다고는 하지만, 쟈일러스 그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어렴풋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이는 따로 있었다. 행방불명이었던 일주일, 정신을 차리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알 수 없는 노래가락과 여자인듯한 모습이 꿈인 듯 아련히 떠오랐다. 그리고 왠지 자신을 구해준 이는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바다에서 사람들을 구해준다던 세이렌일 것이란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에리얼..."
그나마 불명확한 기억중에서도 발견되던 날 해안가에 눕혀서부터의 기억은 제법 또렷했다.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고, 알 수 없는 말이지만 그 와중에 '에리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끊어말했던 그때 기억으로 볼 때, 만약 진짜 자신을 구해준 것이 세이렌이라면, '에리얼'은 아마 그 세이렌의 이름이리라.
-쏴아
시원한 파도소리에 자신을 구해준 이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답답했던 가슴도 조금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다를 둘러보던 쟈일러스는 바다풍경이 평소와는 뭔가가 틀리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타타탓
푹푹 파이는 모래사장을 박차며 자신의 눈길을 이끄는 곳으로 달려간 쟈일러스는 어렵지 않게 바위에 기대어져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지?"
"... ..."
기절한 듯 보이는 그녀는 화려한 천으로 감싸져 있었는데 언뜻 보기로 옷을 입은 것 같진 않았다.
"읏차!"
왜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처음 만난 소녀일 뿐인데, 어딘가에서 난파당해 떠내려 왔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일 뿐인데, 왜 자신이 이 소녀를 안고 있는지. 하지만 분명한 건 얼굴이 아름다워서라거나, 불쌍해서라는 이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어렴풋한 기억속의 그녀와...닮아서겠지."
머리로 답을 찾아내기 전, 그의 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어렴풋한 영상을 잡아낸 눈이, 그녀를 든 두 팔이, 지체없이 빠른 걸음으로 본사를 향하는 그의 다리가,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살짝 닿이며 나지막히 읖조려진 입술이, 온 몸으로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
.
.
아리엘이 바티칸 상회의 본사에 온지 2주일이 지났다. 세이렌과 인간의 언어가 달라 말로 내 의사를 전달하진 못하지만, 세바스찬이 걸어준 마법으로 들을 수는 있었다. 다른 종족으로 화하는 마법을 쓸 때 그 종족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마법은 같이 걸어줄 수 있지만 말하는 것은 직접 터득해야 한다고 한다. 종족간의 구강구조와 성대등이 각기 달라, 마법으로 변화시키긴 불가능하진 않지만 무척 힘들어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자신이 눈을 떴을 때, 그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숨 쉬는 걸 까먹을 만큼 놀랐다. 그리고 그 다음엔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의 환희를 느꼈다. 그것은 말을 할 수 없는 한 세이렌의 눈물로 화하여 드러났다.
"쟈일러스.."
그 자신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하던 이름, 쟈일러스. 이젠 자신이 인간들의 발음에 익숙해져 쟈일러스라고 부르면 그가 어린애처럼 환히 웃는다.
"에리얼.."
자신의 이름을 듣고 쟈일러스는 무척이나 놀란 듯 했다. 그리곤 더욱 따뜻한 웃음을 지어보여주었다. 비록 서로의 이름밖에 모르지만 그는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이주일이라는 시간이 눈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릴 만큼. 그런데... 그는 일주일 후 결혼을 한다고 한다. 폭풍우를 만나 일주일간 행방불명 되었을 때 해안가에 눕혀져 있던 그를 처음 발견한 여자, 가끔 배 위에서 그와 다정히 서 있던 여자, 약혼녀 루엔자...
"그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는 날 믿어줄까? 후훗, 내가 무슨 수로 말해? 그리고 그는... 기억하지 못할텐데."
"방금 뭐라 말한거지?"
-절래절래
어느틈에 들어왔는지 곁에 앉아있는 쟈일러스는 자신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도 이제 자신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밖으로 나가자. 해안가를 거닐면 기분이 좋아."
-끄덕끄덕
.
.
.
-쏴아, 철썩철썩
이주일 전과 변함없는 바닷가.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이주일전은 쟈일러스 혼자 뿐이었지만 이젠 그 옆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같이 걷고 있다는 것이다.
"한달하고도 이주일 전에 이상하게도 일급 조타수가 별안간 암초에 들이박았지. 사람들은 그게 다크 세이렌 때문이라고 해. 나도 희미한 어떤 노랫소리를 들은 것 같으니까. 난 선원들과 상인들을 먼저 대피시켰지. 난 이래뵈도 바티칸 상회의 후계자라고. 후계자가 혼자 살자고 먼저 배를 떠날 수 없는 거잖아? 그 배의 선장은 나였는데 말야. 사실 그 배는 20살 되는 올해 내 생일선물이었어."
"... ..."
그는 자신의 배가 난파당했던 일을 이야기 해 주는 듯 했다. 그래봤자 에리얼 자신을 기억해 주지도 못할 텐데, 그러면 안타까움에 가슴만 아플 것 같은데. 하지만 아련한 추억을 이야기 하는듯한 그의 눈빛에, 차마 말릴 수 없었다.
"내 기억은 배에서 뛰어내린 다음부터 끊겨."
'역시..'
"하지만, 다른사람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난 확신해. 날 구해준 이가 있다는 걸. 그레이스 국의 해안가에 도착한 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하지만...어떤 여자의 모습이 보였어. 뜻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노랫가락도 들렸던 것 같고..그리고 내가 발견되던 날, 난 분명히 들었어. 어떤 여자가 내게 말을 했었다는 걸. 눈물을 흘리면서..."
'!!!'
에리얼의 놀라움은 엄청났으나, 쟈일러스의 말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에리얼..확실하진 않지만 그녀의 이름은 에리얼인 것 같아. 마지막날..이상하게도 그 단어만 계속 중얼거리던걸. 아닐지도 모르지만..난 그녀가 세이렌이라고 믿고 있어. 내 첫사랑이기도 하지. 쿡쿡, 이 나이에 첫사랑이라니, 우습지? 아, 하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건 그녀와 비슷해서가 아냐. 왠지모르지만 넌 내가 곁에 있어줘야 할 것 같아서..안 그럼 불안해서 말이지.."
쟈일러스는 자신의 말을 하느라 곁의 에리얼을 보지 못했다. 기쁨에 겨워 입을 틀어막고 울고 있는, 이제는 인간이 되어버린 세이렌을.
"나 부모님께 말씀드려 루엔자와 파혼했어. 그녀와는 단순히 소꿉동무일 뿐인걸. 부모님도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시길 바라시기 때문에 쉽게 허락해 주셨어. 그녀는....웃더라고. 내 참. 착한 아이이니 이해해 줄 거라 믿긴 했지만... 그녀도 내가 그녀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는 듯 했으니까. 사실 그녀도 나 말고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 서로에게 잘 된일이지."
"흑..흡,..흐으윽.."
그제서야 울고있는 에리얼을 본 쟈일러스는 갑자기 당황한 듯 했다. 자신의 말을 듣고 감격해서 우는 것인줄 알고, 아니 사실 맞는 말이지만, 서투르게 달래는 쟈일러스를 보며 에리얼은 더 구슬프게 울었다.
"나에요! 당신을 구해준 세이렌이 바로 나란 말이에요! 근데 왜 몰라주는 거죠? 하지만..기뻐요. 날 기억해 준다는 것이.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나 지금 안타깝고 분하고 기뻐서 미칠 지경이에요!"
흥분한 듯, 쟈일러스는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슬픈 듯이, 기쁜 듯이 말하는 에리얼을 쟈일러스는 난감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직은 둘 다 서로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언젠간 알게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둘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결혼식은 변함없이 일주일 후야, 에리얼. 신부만 바뀌었을 뿐이지."
.
.
.
항상 바다에서 배만을 바라보다 배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묘했다. 가볼 수 없는 저 드넓은 바다가 모두 자기 것인양 느껴졌고,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에리얼은 오늘 오전에 쟈일러스와 결혼식을 하고 그레이스 국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쟈일러스의 '타이타닉 호'를 타고 그레이스국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배안에는 쟈일러스의 옛 약혼녀 루엔자도 타고 있었다. 어제 그레이스에서 찾아와 결혼을 축하해 주고 이들의 신혼여행에 끼여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에리얼!"
낯익은 목소리! 이건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쟈일러스와 똑같이 자신을 부르는 말이었지만, 미묘한 발음의 차이가 있었다. 저건..세이렌이었다. 그것도 그리워마지않던..
"세바스찬?!"
몸을 앞으로 내밀여 아래를 내려다 보자 배 아래서 그가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자신을 보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옆에 있는 줄사다리를 내려 배 아래로 내려갔다.
"위험했잖아, 에리얼."
"괜찮아. 내가 빠지면 세바스찬이 구해줄 건데, 뭘. 후훗."
"날 차고 간 약혼녈 뭐가 이쁘다고?"
"우린 약혼 이전에 친구다, 뭐."
'결혼을 전제로 한 친구였지. 플라톤 님도 그래서 날 너와 만나게 해 주신 거였으니까.'
뒷말은 삼킨채, 세바스찬은 자신이 에리얼을 만나러 온 진짜 이유를 이야기 했다. 그 자신도 어제서야 피에나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그 약에 걸린 맹약, 족쇄, 쇠사슬을....
"마, 말도 안돼..그런게 어딨어? 나,난 하지 않을 거야. 어떤 선택도... 이럴줄 알았으면 그를 만나러 인간이 되지도 않았어! 난 하지 않아, 차라리 차라리.... "
애처로이 자신을 바라보는 세바스찬의 눈빛에 에리얼은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해!"
단호한 듯 말하는 에리얼이었지만, 세바스찬은 그녀의 눈동자가 폭풍만난 조각배마냥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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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다른 분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여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너무 허접해 보일까요? 아님 나이에 비하면 그럭저럭? 뭐, 잘쓴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겠죠. 하핫!
다음 편이 마지막일 것 같네요.
이 정도면 짧게 끊은 건가요? 이 게시판에는 처음 올리는 거라서요.
아래에 있는 몇몇 보니까 저 정도면 그렇게 짧은 편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자, 그럼 [잔혹동화1. *인어공주*] 그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