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를 판타지 세계관 풍으로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카이논 국과 크로노스 국 사이의 바다, 이드니스 해. 가르디아에서 가장 깊은 바다라 일컬어지는 이드니스 해에는 세이렌이 많기로 유명하다. 세이렌은 상반은 사람이되, 허리 아래쪽은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반인반어(半印半漁)의 종족으로 흔히들 무척이나 아름답게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세이렌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으므로 사실인지는 정확히 판명되지 않았다. 이들은 바다생물들을 부릴 줄 아는 바다의 주인이다. 그리고 파선하는 배에서 사람들을 구해 주기도 하는, 인간에게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
하지만 다크엘프가 있듯 다크세이렌도 있는데, 이들은 세이렌이 흑마술로 인한 돌연변이가 됐거나, 세이렌과 마족사이의 튀기라고 한다. 보통 세이렌들이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데 반해 이들은 마(魔)의 기운으로 인해 거칠고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요기섞인 노래로 다른 종족들을 홀려 조종한다. 인간을 조종하여 배끼리 충돌을 일으키거나 배에서 뛰어내리게 하여 자살 아닌 자살을 시키는 경우, 일부로 암초에 부딪혀 배에 구멍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드니스 해는 가르디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바다이다. 주위에 아직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은 작은 무인도들도 많고, 바닷속에는 인간들로서는 한번도 보지못한 진귀한 산호며 바다 생물들이 널려 있어 낙원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곳, '이드니스의 눈'에는 세이렌들의 왕궁이 세워져 있다.
색색깔의 조개들과 산호들로 장식되어 있는 방. 그 조개들은 입을 벌려 속을 들여내 보여 그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우윳빛 말간 진주를 반짝이고 있었다. 그밖에 다른 보석들은 없지만 조개와 진주, 산호만으로도 그 화려하다는 인간들의 황궁 부럽지 않게 꾸민 이 방의 주인은, 세이렌 수장이 제일 아낀다는 막내딸 '에리얼'이었다.
세이렌의 수장 플라톤은 아내가 죽으며 낳은 막내 에리얼을 아내의 몫까지 끔찍이도 아껴 18살이 되기 전까진 황궁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하였다. 에리얼의 가족으로는, 밖으로 놀러가지 않을 때 자신과 놀아주는 여섯 언니와 두 오빠와, 바쁘지만 틈틈이 시간내어 하루 한 번은 꼭 들리시는 아빠 플라톤, 이렇게 9홉 세이렌이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약혼자로 지정되어 같이 자라 가족같이 여겨지는, 유일하게 에리얼과 만나고 얘기하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이렌. 세바스찬이 있었다.
"에리얼, 생일 축하해. 너 오늘을 무척이나 기다렸지?"
"와, 세바스찬! 나도 이제 어엿한 18살이 됐어! 이제 어른이 됐다구!"
"그것보다.. 바깥 세상이 궁금한 거겠지? 자, 가자. 내가 안내해 줄게."
"역시, 나한텐 세바스찬 밖에 없다니깐~"
창으로 나가려는 세바스찬의 등을 탁- 치며 익살맞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에리얼의 말에, 세바스찬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하지만 에리얼은 드디어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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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푸른 색의 바다와는 다른, 꽉 차있는 느낌이 아니라 가슴이 시원하게 뚫릴 것 같은 옅은 푸른색의 하늘. 그리고 듬성듬성 거품보다 더 부드러워 보이는 구름. 저 멀리 보이는 구불구불한 모양의 새. 갈매기랬던가? 그리고 또 왼쪽에는 어떤 섬도 하나 보였다.
"세,세바스찬? 이게, 이게 바깥세상이야?"
"그래. 아름답지?"
"예뻐. 동화 속 그림보다 더 예뻐. 바다색처럼 아름다운 색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하늘은.. 너무 아름다워. 나,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아.."
멍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던 에리얼은 세바스찬에게 감동한 모습으로 심정을 말했다. 18년동안 궁전안에서 자란 그녀가 가엾게 느껴진 세바스찬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으나, 금방 쾌활한 미소로 바꾸었다. 그가 좋아하는 그녀는 웃는 모습을 좋아하므로.
"뭐? 사랑에 빠져? 감히 옆에 약혼자를 두고..! 이거, 플라톤님께 말씀드려서 우리 결혼식이 있을 2년 후까지 못나오게 해야겠다고 말씀드려야지...영 불안한걸?"
"아, 안됏!! 말도 안 되는 소리! 농담이야, 농담! 그런 끔찍한 소린 다신 하지 마. 그리구 우린 친구잖아? 결혼할 거라는게 전혀 실감이 안 나. 헤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겉으로는 따라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칼로 베인 듯 아련하게 쓰려왔다. 하지만 언제나 있던 일, 이 철없는 꼬마아가씨는 아직 사랑 같은 감정에 대해서는 백지라 할 정도로 모른다. 18살 지금까지도 어린 아이 마음 그대로다. 하지만 그것이, 세바스찬에게는 매번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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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논 제국의 거상, '바티칸 상회"의 배가 그 둘의 눈에 잡혔다. 에리얼이 바깥 세상을 본 지 딱 1년째, 오늘도 에리얼의 생일이다. 작년 그 감동을 되씹던 에리얼의 눈에, 거대한 배 갑판에 서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는 다른 인간들에 비해 꽤 고급스런 옷을 입고 있었다. 저런 비슷한 옷을 세바스찬이 황족이라 말한 인간에게서 본 적이 있던 터라, 그가 부자이거나 꽤 높은 지위를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다를 아는 사람이었다. 바다의 기분을 느낄 줄 알았고, 물결이 실어오는 소식을 들을 줄 알았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의 노래를 들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하프로 표현했다. 건장한 근육이 붙은 팔에 비해 그 손가락의 손놀림은 재빠르고 부드러워, 하프에서 들려오는 가는 선율은 에리엘과 세바스찬의 시선을 그에게 못박히게 하였다. 그리고..
"에리얼? 정신 좀 차려. 아, 그러고 보니 하프 소린 처음 듣지? 저건 하프라는 악긴데.."
"... ..."
"에리얼?"
"...어? 방금 뭐라 그랬어, 세바스찬? 못 들었어. 미안.^^"
혀를 살짝 내밀고 사과하는 그녀, 에리얼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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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봐도 끝없는 바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 지평선 너머에는 그가 있는 카이논 국이 있을 것이다. 에리엘은 1년간 지켜보면서 그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째,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카이논국의 '바티칸 상회'를 운영하는 거상이다. 3년 전에는 그와 닮은 좀 더 늙은 인간이 배를 타고 나타났다는 걸로 봐서 3년쯤 전에 상회를 물려받은 듯 싶었다.
둘째, 바티칸 상회는 카이논에서 크로노스 국까지 한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왕복 운행을 한다. 때문에 에리엘은 한달에 두 번 멀리서나마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셋째, 그에게는 약혼녀가 있는 것 같았다. 세바스찬의 말로는 잘사는 인간들은 자신들처럼 일찍 약혼을 시킨다고 한다. 가끔이지만 다정하게 그와 웃고있던 인간여자를 떠올린 에리얼은 갑자기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나~ 나나나 나나 나~ 나나나~ 나나 나 나나~
"어? 이거 다크 세이렌의 노래 아냐?"
"이 주변에는 경계를 철저히 했는데..젠장, 잠깐 기다려. 내가 쫓아내고 올게. 지금이면 그 배 올 시간인데, 그놈들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릴 지도 모르니까 말야."
그 말만을 남기곤 노래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빠르게 헤엄쳐 가는 세바스찬을 힐끔 본 에리얼은 고개를 돌려 어느새 가까이 온 바티칸 상회의 배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갑판위에서 하프를 타고 있었다. 아직까지 끊이지 않는 노래가 에리얼을 자꾸만 불안하게 했다. 이 근처엔 암초가 많아 특히나 위험한 지역이라 다크 세이렌들이 오지 못하게 경계를 철저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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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안 보이는 거지?"
암초에 부딪혀 벌써 반이상 물에 잠긴 배에서 하나 둘씩 빠져나오는 보트들을 그가 타고 있기를 바라며 주의깊게 살펴 보았으나 아무리 살펴 보아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선원 몇과 끝까지 남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삼분의 이 이상이 물에 잠기자 남은 사람은 이제 그와 선원 몇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배에 끝까지 남은 선원들을 태우자 정원이 초과하여 더 이상 사람이 탄다면 상당히 위험할 것 같았다. 에리얼이 무사히 타기만 한다면, 그 모르게 도와줄 생각으로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았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칼로 줄을 끊어 배를 띄워 보냈다. 자신 하나 때문에 배에 탄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없어서 그랬으리라.
-우지끈
드디어 세로로 세워진 배가 배의 앞머리 부분만이 물위로 남아있게 되자, 그는 칼을 품에 넣은 채 나무 판자를 닷줄로 묶고 뛰어 내렸다.
"저,저! 저곳은 물살이 심할 텐데!"
꼬리를 동동 구르던(?) 에리얼은 그를 향해 헤엄쳐 갔다. 말 한 번 나눠보지 않은 상대지만 자신의 도움이 없다면 저대로 죽을 게 뻔했다.
'그래, 난 세이렌의 공주로써, 다크 세이렌이 벌인 일에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구. 다른 맘은 하나두 없다구... 근데 세바스찬은 왜이리 늦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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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 익숙치 않으신 분들은 읽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