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으로 지어본 동화입니다.사실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려고 지어본 시나리오 였는데 어쩌다 보니 동화가 되어있더라구요.-_-;;;
하루만에 다 완성했는지라 저도 이게 잘 됬는지 어쨌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헤헤.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연
by Kimjain 2002. 11. 10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보잘것 없지만 나에겐 소중한 연이에요.
하늘 높이 날려 엄마가 계시는 하늘아래까지 나는 얼레를 돌리고 돌려
찾아 갈거랍니다.
바람이 물어 오는 곳에 몸을 싣고
개똥벌레들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달님과 이야기를 나누지요.
가끔씩 전해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엄마 소식이 들어있나
귀 기울이기도 하고요.
여행에 지치기라도 할때면 가장 아름답고 엄마를 닮은
별의 어깨에 기대어 쉬다 가곤 하지요.
그러다가 나는 또 여행을 떠납니다.
나는 실이 다할때까지 엄마에게 날아 갈거예요.
엄마의 품에 쏘옥 안긴 채 엄마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보고픈 엄마의 뺨에 나는 부드럽게 뽀뽀 할거예요.
엄마의 냄새가 나는 품에 꼬옥 안긴 채 나는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거예요.
그리운 엄마의 꿈속에서 나는 간절히 기도 드릴꺼예요.
부디....... 이꿈에서 꺠어나지 않도록...
●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혼자서 집구석에 처박혀 있었어요.
그래도 나는 용케 울지 않았답니다.
이런 일을 당하는 것도 이제 익숙하니까요.
그리고 내년이면 어엿한 2학년이 되는데 이런일로 울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아, 마침 할머니가 오세요.
나는 얼른 뛰어가 짐을 받아 드려야겠어요.
" 할머니!"
" 아이구, 우리 새끼 철이. 그랴 그동안 잘 놀았고?"
나는 할머니의 자상한 물음에 울음이 날 뻔 했어요. 늘 하시던 말씀이지만 왠지 오늘은 석양에 물든 할머니가 엄마처럼 보였기 때문이에요.
" 응, 할머니."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답해드렸지요.
" 그런데, 왜이리 풀이 죽어 있는게야?"
가슴이 철렁 거렸어요. 괜히 힘들게 일하고 오신 할머니께 걱정을 끼쳐 드리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 너무 뛰어 놀아서 그래. 할머니"
할머니는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날 쳐다 봅니다. 하지만 곧,
" 노는 것도 적당히 놀아야지."
하고 날 타이르셨어요. 참말 다행이었지요.
오늘 저녁은 찐 감자입니다. 나는 감자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오죽이면 나를 '감자라고 불러주세요'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게다가 할머니의 찐 감자는 한번 먹으면 빠져들어서 금새 동이 나곤 하답니다.
이렇게 맛있는 감자는 시골에 와서 처음 먹어 보는 것이었어요.
어렸을 땐 엄마에게 줄 감자를 몰래 남겨 놓았다가 썩어버려서
할머니께 혼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오랫동안 여길 못 오신다는걸 잘 알기에 남기지도 않고 몽땅 내 뱃속으로 차곡차곡 들어가 버리지요.
●
아아 창문으로 보이는 학교 뜰은 정말 따사로와서 행복해요.
그리고 간만에 들은 미술시간이라 마음이 설레이었어요. 앗, 선생님이 오늘의 주제는 '엄마 아빠 그리기" 라고 하시네요. 나는 이제 큰일 났습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나는 엄마랑 아빠의 얼굴을 전혀 몰라요. 그렇다고 사진도 있는것도 아니었어요. 아빠는 내가 타어나기전에 돌아가셨댔고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나서 일 때문에 저기 멀리 가셔서 본적도 어떻게 생기신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나는 미술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크레파스를 한참이나 쥐어 잡고 있었습니다. 흰 도화지를 멍하니 쳐다보며 말이에요.
결국 나는 미술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크레파스를 쥐고 있어서 오른 손바닥이 전부 검게 변해 버렸어요. 선생님은 저한테 괜찮으니까 할머니 얼굴이라도 그려오렴 하고 말씀하셨지요. 나는 풀이 죽은 채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학교 뒤뜰로 가려고 할 때 등뒤에서 누군가가 나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나는 숨을 죽인채 그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었어요.
" 히히. 아까 봣나? 그림도 못 그리서 멍청하게 앉아있기는."
" 우리 엄마가 그카는데 그런 아를 유복자라 한다더라."
" 그 자식 엄마가 걔 버리고 남자랑 눈 맞아서 멀리 가버렸다고 카든데."
" 우리 엄마가 그런 애하고 놀지 말래."
나는 순간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어요.
" 뭔 소리고?"
" 야,야 저 뒤에서 우리 얘기 엿들었나봐."
" 히히 우리 가서 놀려주자."
나는 벽에 등을 기대어 무릎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아이들의 놀림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도, 생각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흐느껴 울기만 했어요.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주위가 조용해졌다는걸 알고 난 고개를 살며시 들어 주위를 쳐다보았지요.
그런데 그 앞에 난데없이 수건이 불쑥 나타난거에요.
눈물 범벅이 된 내 얼굴은 깜짝 놀랐습니다,
" 닦아."
우리반의 '봄'이 였어요.
언제부터 앞에 잇었는지 몰라도 나는 좀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 자존심은 무너지고 말었지만 한편으론 울고나니
속이 시원해 지데요. 나는 빨개진 얼굴로 봄이 어깨에 수건을 다 쓰고
주었습니다.
" 고마워...."
나는 얼른 그 말을 하고 가려고 돌아섰지요, 그런데
" 바보!"
봄이가 글쎄 나한테 이렇게 말하지 뭐에요.
" 왜?"
나는 되받아 쳤어요. 속으로 뜨끔거리면서 말이에요.
" 같이 가려고 기다린건데. 먼저 가버리고."
조금은 황당했지만 나를 놀리려고 그런게 아니라는걸 알았어요.
나는 얼른 봄이 옆에 뛰어가 섰지요.
봄이는 '빨간머리 앤'을 닮은 나보다 키가 약간 큰 우리반에서 예쁜아이에요.
뭐 내가 보는 시점에선 말이죠.(게다가 난 앤의 팬이에요)
남자애들이랑 많이 치고 박고 싸우긴 하지만 늘 이기는 봄이가 나는 언제나
부러웠어요. 씩씩하고 예쁜데다 마음씨도 얼마나 고운지 모른답니다.
아까도 우는 날 위로해 주려고 기다린 게 틀림없어요.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석양을 물든 논길을 봄이랑 나란히 걸어갔습니다.
●
나는 열심히 창호지를 오렸습니다. 처음 써 보는 가위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나는 오리기에만 열중했어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해가 지기전까지
완성해야해요.
" 휴우. 이제 실만 감으면 되!"
나는 얼른 그것들을 들고 동네 언덕에 있는 밤나무를 향해 뛰어갔어요.
봄이가 날 향해 손짓하고 있네요.
" 여기가 제일 높은 곳이니까, 잘 날수 있을거야. 엄마한테 편지도 같이 썼지?"
" 응. 그런데 나 연은 한번도 날려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데.."
" 걱정마라. 연날리기는 이 몸이 잘하니까. 그리고 이 전도 바람이면 잘 날아."
나는 조금 봄이가 걱정이었어요. 혹시나 하고 연이 잘못되면 어쩌나하고요.
아! 드디어 내 연이 첫 발을 내 딛었습니다.
" 자, 이제 네가 해봐라."
나는 봄이에게서 얼레를 쥐어 받았어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지요.
나는 저 푸른 하늘을 날고있는 새 하얀연이 엄마에게 갈 수 있도록 실을
마구마구 풀어댔습니다. 너무나도 자유로와 보였어요.
' 아....나도 저 연이 되고 싶어...'
갑자기 내 눈은 뜨거워집니다.
푸른 하늘을 넘실거리며 기쁨을 실토하는 저 연은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곳으로 날아갑니다.
하늘 높이 날려 엄마가 계시는 하늘아래까지 나는 얼레를 돌리고 또 돌려
찾아 갈거랍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몸을 싣고 기러기들과 여행을 떠나겠죠.
그리고 가끔씩 전해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엄마의 소식이 들어있나 귀 기울이기도 하고요.
나는 연을 날리며 생각했어요. 아니, 기도드렸지요.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저 연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실이 다 할때까지 엄마에게 날아가겠노라 하고요.
그리고 나서 엄마의 품에 쏘옥 안긴 채 엄마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눌거라고.
보고픈 엄마의 뺨에 나는 부드럽게 뽀뽀할거라고.
엄마의 냄새가 나는 품에 꼬옥 안긴 채 나는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거라고.
그리고 그리운 엄마의 꿈속에서 나는 간절히 기도 할거라고.
이 꿈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말이에요....
●
봄이가 찾아 왔습니다. 드디어 완성했는가 봅니다.
봄이가 자기 연이 다 만들어지면 제일 먼저 보여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죠.
" 밤나무로 가자!"
나도 얼른 내 하얀 연을 가지고 나갔어요. 그동안 연습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은 제일 멀리 날리는 날이었어요. 부디 엄마에게 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나와 봄이는 서로 손을 잡고 밤나무로 힘차게 뛰어갔습니다.
봄이는 밤나무 구멍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자기가 만든 연을 보여주었어요.
아주 긴 연이었습니다. 나는 용인 줄로만 알았어요. 역시 봄이가 만든 것 다웠습니다. 그런데 봄이가 하는 말이,
" 이거 기린이야, 이쁘지?"
하고 말하는 거였어요. 순간 봄이가 하는 말이 너무 우습게 들렸어요.
전혀 이쁜 것 하고는 어울릴것 같지 않은 봄이가 쑥스러워하면서 그렇게
말하다니요. 나는 웃었습니다. 봄이도 따라 웃었어요.
봄이는 정말 뭇 남자애들보다 연을 잘 날려요.
멀리서 용이, 아니 기린이 정말 나타난것 같이 보였단 말이에요.
나는 엄마가 오시면 선물로 드리려고 했던 하얀연을 날려보았습니다.
나도 조금은 실력이 는것 같지만 실은 봄이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들 연 사이로 낯선 방패연 하나가 다가오더니 글쎄 내 하얀연을 뚝 끊어버리지 뭐에요. 나의 하얀 연은 바람에 제멋대로 휘날리기 시작하고 점점 내 눈에서 멀어져 갔어요. 나는 그만 눈물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줄 선물인데...
나는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엄마에게 줄 선물인데...
나는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것을 알았습니다.
저번에 그 아이들 이였어요.
" 히히히 꼴 좋다. 너네 엄마가 널 버렸듯이 네 녀석 연도 네가 싫다고 도망가네. 히히히"
나는 화가 확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난 봄이가 그 아이들에게 대들기 전에 내가 먼저 주먹을 휘두르고 말았지요.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주먹만 휘둘렀어요. 그리고 어른들이 달려오신 후에야 나는 제대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아주머니들에게 둘러 쌓여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았을땐 이미 늦었다는걸 알았지요.
나는 결국 할머니가 와서 아이 아주머니께 사과를 빌고 나서야 풀어났습니다.
그리고 난 봄이와도 못 놀게 되었지요.
나는 묵묵히 할머니를 뒤따라 갔어요. 할머니가 뭐라고 역정을 내셔도
고이 받겠노라 하고 말이지요.
드디어 할머니가 저에게 역정을 내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 .....철아"
나는 몸을 움츠렸어요. 하지만 다시
나는 찔끔한 눈을 살며시 떴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안고 계셨어요.
" 미안하구나, 철아...내가 잘못한 게야. 이 할미가..."
할머니는 나를 꼭 껴 안으셨습니다. 나도 눈물을 참지 못하고 그만 울고 말았어요.
" 애비도 제대로 없는 에가 어미와도 떨어져 살게 한 내 잘못이야...내가..내가... 네 어미를 너무 힘들게 해서 너를 낳고 병까지 얻게 한 내가 잘못이야..."
할머니의 뜻밖의 말에 난 놀랐어요. 그럼...엄마가 날 낳고 몸이 약해져 지금까지 병원에 계셨다니...
나는 엄마의 얘기를 듣고는 긴장된 마음이 녹아내려 그만
할머니의 품에 안긴 채 큰소리로 엉 엉 울었습니다.
●
그날 밤 나는 잠이 전혀 오질 않았어요. 문을 조금 여니 으슬으슬 바람이
내 솜옷 안까지 스며들어왓습니다. 밤하늘은 청초한 달 하나가 떠
이 밤을 더욱 고요하게 만듭니다.
나는 하얀 연이 너무나도 걱정이었어요. 혹시나 이 근처엔 떨어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나는 무의식에 연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목도리만을 걸치고 싸리문을 조용히 나왓어요.
정처없이 나는 연을 찾기 위해 걸었습니다. 부엉이 소리가 들려오는 숲으로
들어갈수록 어두 컴컴해져 갔지만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오직 찾겠단 생각 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작은 숲을 지나 논길을 걸어갈 때쯤 논 한가운데서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푸른 달빛에 비춰 보이는 것은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봄이였어요.
봄이도....봄이도...나와 함께 연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너무 기뻤어요. 실은 봄이 마저도 내가 싫어졌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철아...미안해. 열심히 찾는데도 도무지 어디 갔는지 못 찾겠어."
봄이의 머리카락과 웃에는 지푸라기들리 잔뜩 붙어 있었어요.
" 걱정마!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거야! 꼭 내 이름을 걸고 찾아줄게."
나는 봄이의 말에 울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렇게나 나를 잊어주지 않은 봄이를 말이에요.
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걱정은 가심을 느꼈어요.
그만 나는 봄이를 안아 버리고 말았어요.
한참을 그러고 서 있었어요. 달빛이 차분하게 날 비추었어요.
나와 봄이는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이마를 맞대었습니다.
그리고 뭐가 재밌는지 살포시 웃었어요.
마치 차가운 이 밤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기라도 할 듯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에요...
●
아무리 뒤져봐도 연은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뭇가지에 걸려 찢겨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나와 봄이는 포기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때 무엇인가 바스락 거리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이리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까만 돌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온통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들이었지 뭐예요.
나는 그 광경에 놀라 봄이의 손을 잡고 고슴도치들에게 쫓겨 밤나무 언덕까지 부랴부랴 올라가 버렸지요. 그랬더니 그것들이 점점 더 우리 쪽으로 몰려오네요.
" 저 나무위로 올라가면 안전할지도 몰라!"
" 그래 일단 올라가보자."
우리는 엉금엉금 기어 올라갔어요. 워낙에 큰 나무라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나뭇잎들 사이를 뚫고 우리는 나무의 꼭대기에 머리를 쏙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어요.
고요하기만 보이던 온 마을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구름에 얼굴을 내민 하얀 보름달은 마치 '잘 올라왔어요' 하고 우리를 반갑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멍하니 그 광경에 취해버리고 말았어요.
그런데 마침 우리가 찾고 있던 연이 저 아래 전깃줄에 걸렸다는걸 한 눈에
알아볼수가 있었지요. 하지만 아까 그 소리가 이 나무위까지 들려 왔어요.
아마 그 놈들이 여기 위까지 올라올 샘인가 봅니다.
우리는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놈들이 올라올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나무위에 있을수 밖에 없었어요.
소리가 점점 커지고....드디어 꼭대기까지 올라온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언제 불어왔는지 바람이 밤나무를 흔들어 놓더니 그 녀석들, 돌연 몸을 동그랗게
말더니 나뭇가지에 똑 똑 똑 붙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밤나무엔 밤들이 무성하게 달려 진정한 밤나무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또 한번의 경이로운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떄 마침 저 멀리서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와 마을 전체를 살포시 건들다 갑니다.
그 바람에 전깃줄에 걸린 하얀 연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나는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얼른 연을 잡았어요.
그때 밤나무가 흔들리더니 우리 등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달빛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 앗! 저건 내 기린이잖아?"
그건 분명히 봄이의 연이었습니다. 마치 진짜 용이 나타나것 같이, 아니
기린이 지만 정말 용이었습니다.
봄이의 연은 꼬리로 우릴 자신의 등에 앉혔어요. 우린 미끄럼틀이라도 탄듯
주욱 미끄러져서 목덜미에 걸쳐졌지요.
우리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높이 높이 날아 올라갔습니다. 손을 내밀면
달이 잡힐듯한 곳까지 날아 올랐어요. 하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답니다.
고요한 밤 공기를 가르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몸을 맡겨
언제 따라왔는지 수많은 개똥벌레들이 마치 엄마가 있는 곳을 안내라도 하는
듯이 꽁지로 불을 밝히어 우리 주위를 스쳐지나 앞장서 즐겁게 날아가고
있었어요.
다 베어버린 볏짚들 위를 가르며 우린 어디론가 가고있었습니다.
점점 집들과 멀어져만 가고 마을조차도 점점 작아집니다. 나랑 봄이는
그만 용의 등에서 살며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고 나는 연을 꼭 쥔채 달님께 기도 드렸답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빨리 나아서 나랑, 할머니랑 같이 살자고....
●
" 으음..."
나는 눈을 비비적 거리며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여긴 전혀 낯선 곳이었어요.
내 왼팔엔 웬 주사기가 꽂혀 있었고 옆엔 할머니의 조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할머니는 쭈글쭈글 해진 손으로 조그마한 내 손을 꼭 붙잡으며 계셨어요.
주름진 눈가엔 우셨는지 눈물들이 가득 고여 계셨고요.
" 아아...철아..이제야 정신이 드는게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