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약한, 들고양이 시뮤에게는 ‘타파’라고 하는 사자친구가 있습니다.
백수의 제왕이라는 사자들 중에서도, 우두머리인 타파는 그 어떤 사자들보다도 강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어머니는 사자는 위험한 짐승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타파는 시뮤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얘기해 주기도하고, 사냥하는 법을 알려주는 등, 아주 친절히 대해주었고, 다른 위험한 맹수들로부터 어린 시뮤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뮤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매일같이 타파를 만나러 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뮤와 어울리는 타파를 못마땅해하는 사자들도 있었지만, 감히 타파에게 불평을 하는 사자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시뮤는 타파가 정말 자랑스럽고 부러웠습니다.
자신도 타파처럼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시뮤와 함께 나무그늘 밑에서 한 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타파가 시뮤에게 말했습니다.
“시뮤, 내일 내 결혼식에 와주겠니?”
“타파, 결혼해요?”
“응. 내일 미요랑 결혼할거야.”
타파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폈습니다.
미요는 타파가 이끄는 무리에서 가장 예쁜 암사자입니다.
시뮤는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타파도 언젠가는 결혼할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결혼한다고 하니 타파를 잃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 타파는 지금까지처럼 시뮤와 놀아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너무 늦었어요. 엄마가 찾고 계실텐데...... 그만 갈게요, 타파.”
시뮤는 눈물을 들킬 것 같아, 황급히 일어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시뮤는 타파의 결혼식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풀숲을 거닐던 시뮤는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시 발을 멈추었습니다.
“그 녀석이 미요까지 차지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맞아! 타파, 그 녀석,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새끼고양이랑 노닥거리기나 하고......”
“그러니 이번 기회에 호된 맛을 보여주자고.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시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타파에게 알려야해!’
시뮤는 살금살금 그 자리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따각.”
뒷걸음질치던 시뮤는 그만 실수로 나뭇가지를 밟고 말았습니다.
시뮤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에서 다섯 마리의 젊은 수사자들이 바싹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시뮤는 전력을 다해 달렸지만 사자들을 따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수사자들은 험악한 표정으로 시뮤를 둘러쌌습니다.
“이 녀석, 타파의 꼬맹이 아냐?”
“감히 우리 얘기를 엿듣다니......”
그 중 한 마리가 날카로운 발톱을 펴들더니 시뮤를 향해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캬악!”
들고양이 한 마리가 그 수사자의 얼굴을 할퀴며 뛰어들었습니다.
“도망쳐, 시뮤!”
시뮤의 소꿉 친구인 ‘키라’였습니다.
키라는 시뮤를 재촉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잠시 멍해있던 사자들도 곧 정신을 차리고 키라와 시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시뮤, 이쪽으로!”
키라는 시뮤와 함께 가시덩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키라와 시뮤도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큼 좁은 그곳에 몸집 큰 사자들이 들어갈 수 있을 리 없었습니다.
뒤쫓던 사자들은 가시덩굴 앞에서 으르렁거렸지만 키라와 시뮤를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에잇! 새끼고양이들은 내버려두고, 타파나 처치하러 가자.”
다섯 마리의 사자들은 곧 발길을 돌려 초원으로 사라졌습니다.
“휴!”
키라와 시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시덩굴 속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고마워, 키라!”
“고맙긴. 친구사이에...... 그런데, 아까 타파라고 하는 것 같던데, 타파라면 네 친구 아니니?”
키라의 말에 시뮤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맞아, 타파! 키라, 미안해. 나 먼저 갈게. 타파가 위험해!”
키라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좋아! 나도 같이 갈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겠지.”
시뮤와 키라가 타파를 발견했을 때, 타파는 이미 다섯 마리의 수사자들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요를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타파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타파와 미요가 다섯 마리의 수사자들에게 점점 밀리고 있는데도, 모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타파!”
시뮤는 자신이 위험하다는 생각도 잊고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물론 키라도 함께였습니다.
“시뮤! 위험해. 저리가.”
타파는 시뮤를 이 싸움에 끼어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싫어요! 저도 싸울 거예요!”
시뮤와 키라는 다섯 마리의 사자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자들에 비해 크기가 워낙에 작은 시뮤와 키라는 수사자들의 발길질에 멀리 나가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둘은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수사자들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습니다.
구경만 하고 있던 사자들은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의 대장을 지키기 위해 어린 들고양이들도 저렇게 싸우는데, 위험하다고 해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는 자신들이 너무도 한심했습니다.
“우리도 싸우자!”
누군가가 소리쳤고, 그 한마디를 신호로, 그들은 일제히 다섯 마리의 수사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섯 마리의 사자들은 초원에서 쫓겨나 먼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타파와 미요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축하해요, 타파!”
시뮤도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시뮤는 더 이상 타파의 결혼 때문에 슬프지 않았습니다.
타파가 변함없이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또, 타파가 지켜주지 않아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수사자들과의 싸움으로 용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시뮤의 곁에는, 타파처럼 강하지는 않지만, 용감하고 지혜롭고,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친구, 키라도 있었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