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정말 너 땜에 선생 그만두고 싶다? 어? 너 때문이야. 난 너 말고 다른 착한 애들하고 잘 지내고 다른 선생님들한테 평판도 좋은데 너 때문에 선생님이 아주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단 말이야."
어쩌란 말이야.
나도 선생님이 반장네 엄마한테 하얀 봉투 받는 거 다 봤는데.
그건 퍼뜨려야지 않겠어?
사실이잖아.
"뭐? 내가 봉투를 받아?"
선생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히히, 성공이다.
두고 봐. 내가 선생님 비밀을 모두모두 캐내고 말 테니까.
"칠판 잡아."
또 무식하게 몽둥이로 후려치려고 하지. 암. 그렇고 말고.
"이 꽉 물고 있어."
퍽.
퍽.
퍽.
하도 자주 맞아서 이젠 통증도 거의 없다.
근데 이거 엄마가 새로 사준 바진데. 어떡하나?
"아줌마! 이거 빨아주세요."
"그래. 거기다가 놔."
가정부 아줌마는 되게 친절하다.
우리 선생님이랑 많이 닮았지만 선생님 성격에 비하면 아줌마 성격은 완전히 책에서 본 대천사 뺨치는 선인(善人)이다.
"아줌마, 저 오늘 학교에서 혼났어요."
그래서 아줌마한텐 무슨 일이든 털어놓을 수 있다.
특히 아줌마는 학교 일이라면 뭐든 잘 들어 주신다.
"왜?"
"내가 지난번에 9반 청소하는 거 도와주고 선생님한테 같이 검사맡으러 갈려고 영준이 데리고 갔거든요? 근데 반장네 엄마가, 그러니까 1동 유석이네 엄마가 무슨 봉투 같은 거 선생님한테 줬어요. 근데 그건 저밖에 못 봤어요. 왜냐면 영준이가 그 때 오줌 마렵다고 화장실 갔거든요. 그래서 내가 계속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몇번 거절하다가 받았어요. 그거 분명히 뇌물일 거에요. 요즘 유석이 공부도 잘 못하고 맨날 혼나니까."
"......"
아줌마가 아무 말도 안 한다.
이상하다. 이번 일은 듣기가 싫은 건가?
"아줌마 나 배고파요. 컵라면 끓여줘요."
"그,그래."
아줌마가 왜 저러시지?
다음날은 학부모 수업 참관일이었다.
엄마들은 예쁜 옷 차려입고 진주 귀걸이 같은 것도 하고 나왔지만 유석이네 엄마만 까만색 장식없는 옷을 입고 나왔다.
그런데 1교시 시작하는 음악이 나와도 선생님이 안 오시자 엄마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유석이가 교무실에 인터폰을 한 뒤에야 선생님이 허겁지겁 달려오셔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아이들 모두 짜증나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 날 수업은 1/2 정도 만족했다.
학습지도 재밌고 오늘따라 교과서도 재미있었는데 선생님은 어딘지 우울해 보였다. 내가 한 낙서 때문에 그런가?
"야, 너 선생님 볼 봤어?"
문득 유진이가 내 생각을 끊어놨다.
"아니, 왜? 뭐 묻었냐?"
"선생님 볼이 빨갛게 부어 있더라. 누구한테 맞았나 봐. 그리고 있잖아, 아까 유석이네 엄마가 울 엄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몰라."
"선생님 아빠가 며칠 전에 돌아가셔서 유석이네 엄마가 대표로 조의금인가? 무슨 금 내고 왔대. 근데 화장실에 그거 뇌물이라고 쓰인 낙서 있어가지고 유석이네 엄마가 무지하게 당황해하더라."
헉.
그럼 그거 뇌물 아니었어?
난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반장 엄마가 하얀 봉투 안에 돈 넣어서 주면 사양하는 척 하다가 받는 줄 알았는데.
아줌마한테 얘기해야겠다.
"아줌마! 아줌마!"
"으,응.....정민이 왔니? 엄마가 치마 사오셨는데 입어볼래?"
아줌마가 언제나처럼 나를 반겼다.
"있잖아요, 어제 제가 한 얘기 , 그 거 다 제가 잘못 말한 거였어요. 선생님 아빠가 돌아가셔갖고요. 유석이네 엄마가 대표로 조의금이라는 거 선생님한테 드렸대요. 근데 그거 제가 잘못 전한 거에요. 아줌마."
순간 아줌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런 소식은 잘 말했어야지."
"네, 그런데요, 우리 선생님 오늘 볼이 빨갛게 부어서 왔어요. 맞았나봐요."
그날 아줌마는 청소를 하다말고 그냥 가버렸다.
휑하니 빈 집안에 나 혼자 있으니 엄청 외로웠다.
그날부터 아줌마는 우리 집에 안 나왔다.
엄마가 화내면서 아빠한테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까 아줌마가 갑자기 보수도 마다하고 그만둬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새 아줌마가 왔지만 그 아줌마는 청소도 대충대충 하고 간식도 잘 안 챙겨줬다.
이윽고 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늦게 학원에서 와서 엄마한테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 때,
난 정말 내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다.
"아니 글쎄, 지난번에 정민이 6학년 담임선생님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유석네 엄마가 선생님한테 하얀 봉투 주는 걸 보고 누가 그걸 오해해서 화장실에 뇌물 받았다고 낙서를 했대요. 그거 또 누구한테 주워듣고 아줌마, 전에 가정부 아줌마 있었죠, 그 아줌마가 선생님 어머니였대요. 아줌마가 오해해서 선생님 뺨을 때렸드라네요 글쎄. 그래서 선생님 펑펑 울고 정민이 졸업 직후에 학교에 소문 퍼져서 학교도 그만뒀대요. 그 엄마는 나중에 사실 다 알고 충격 받아서 지금 자리에 누워있대요. 아니 어떤 나쁜 애가 그런 짓을 했을까?"
"그러게 말이야. 어이구, 그놈이 내 자식이라면 흠씬 두들겨 패줘야겠군."
그 후로 선생님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02.28
양이 좀 많은 것 같네요. 지난 번에 문·사가 닫혀 있어서 그냥 갔는데. 그게 언제 적 일이더라?
하여튼 문사에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