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닐봉지 입니다.
잠시 누군가를 바래다 주고 길가에서 밟히는것이
제 동무들의 삶이고 곧 저의 삶이죠.
운이라도 좋은 날에는
바람덕분에 밟히지도 않고 높이 날수 있어요.
가끔은 참새들과도 대화도 합니다.
"! 멋진걸요."
이렇게 높은곳에서 대지를 바라보니 새로운 세상을 보는것
같습니다.
아이들끼리 뛰놀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자동차들은 빽빽하게
들어서 모두 멈춰 있습니다.
"바람아 바람아 좀더 높이 좀더 멀리"
나는 그렇게 종점없는 여행을 계속 합니다.
오늘 따라 초록빛 나뭇잎들과 햇살이 더욱 눈 부시게 느껴지는군요
"너는 누구니?"
"나는 연이라고 해"
나보다 좀더 높은곳에 떠 있는 연이라는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는 바람을 타고 이렇게 올라왔지만
나 처럼 자유롭지 못한것 같아요.
"아쉽지만 나는 가야겠구나"
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묶고 있는 실을
끈으려는 연을 보며 무척이나 안타까웠답니다.
너무 멀리 온것같습니다.
내가 살던 곳에서 말입니다.
지금 나는 높고 빽빽한 건물이 가득 차 있던 곳에서 벗어나
넓고 푸른 바다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아직 살만하군요.
비록 짚밟힌 날도 있지만 때론 이렇게 날다니..
오늘 하루 바람과 재미있는 여행, 아니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하였습니다.
이 푸른 바다위로 떨어져도 나는 행복할꺼야..
이곳에는 나를 밟을 사람도, 찢을 사람도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