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푸른 들
맑은 냇물
강
한들 한들 흔들리는 미루나무 잎
돌배산 꼭대기에 걸터앉은 마루턱 구름
그윽한 눈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있네요
부드럽게 부는 미풍에
하이얀 수염을 날리기도 하고
염소가 되보기도 하고
뿔난 황소가 되보기도하고
날개 달린 천사가 되보기도 하면서
하이얗게 뭉게뭉게 솜사탕도 만들어 보고
파랗게 푸르른 땅위의의 풍경을 보면서
마루턱 구름은 돌배산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때였어요
돌배산 맞은편
시루봉 꼭대기에
어마어마한 고래구름이 나타나지 뭐에요
마치 산을 한입이 삼켜버릴듯한 위용으로
시커멓게 나타난 고래구름
쿠르르릉 하고 기지개를 켠다음
마루턱 구름 앞까지 있는
모든 구름을 빨아 삼키는게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다시 쿠르르릉,쿠르르릉 하면서
금방이라도 온 산을 집어삼킬것처럼
시커먼 구름을 뿜어내네요
번갯불도 번쩍번쩍 거리고
갑자기 들판이 아수라장이 됀거 같아요
휘잉 바람도 불어오고요
마루턱 구름은 정신을 차리고
고래구름에 빨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어요
고래구름은 아직도 화가 안풀렸는지
들판에 있는 벼를 쓰러뜨리고
냇가에 있는 미루나무를 번갯불로 때리고
산쪽으로 비를 마구 뿌려데자
맑은 냇가가 누런황토물이 되었어요
산에는 작은 나무들이 뽑히고
졸졸 흐르던 냇물도 누런 황토물로 변하여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거에요
아직도 고래구름은 천둥치고 번갯불로 번쩍이고
아직도 화가 너무너무 많이 났나봐요
이제 들판은 누런 황토물이 되어서
밭과 논과 집을 삼키고
온갖 쓰레기를 뒤집어 쓴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군요
시루봉 꼭대기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루턱 구름은 순식간에 힘을 불어넣어
어느정도 작아진 고래구름을 잡았습니다
너 이놈 갑자기 비와 바람을 그렇게 내리면 어떻게 하냐
마구 호통을 쳤어요
고래구름은 마루턱구름의 손목안에서 소리쳤어요
저도 화가 나요
내 고향은 바다인데
욱지에서 마구마구 흙과 쓰레기를 흘려보내니
바다가 얼마나 아픈지 아냐고
마루턱님은 모르실거에요
그렇게 산에서 신선놀음 하시니 뭘 아시겠나고요
육지에서의 온갖 쓰레기들이 흘러서 바다까지 오는지
바다위에서 그 광경을 보는게 얼마나 슬픈지
물고기들은 육지와 가까운곳에서 못살겠다고
더 깊고 더 멀리 떨어진 바다로 이사을 간다고 아우성이고요
그런데 바다위에서
그 광경을 보는 구름들은 얼마나 마음이 무겁겠어요
그래서 화가나서 바다위의 모든 구름을 모집하여 육지를 혼내자고
이렇게 비를 내린거라고요
하면서 씩씩 거리네요
그러자 마루턱구름은 혀를 차면서 땅을 보았어요
보거라
저 물들에 휩쓸려가는 것들을
물에 잠겨버린 나무와 벼들은 다 어떻할꼬
그제서야 고래구름은 고개을 숙이고
잘못했어요
라고 하네요
마루턱구름은 고래구름을 부드럽게 안았어요
고래구름아
너의 고향은 바다이니
바다로 돌아가거라
세상에는 메여서 사는 것이 참 많으니라
너는 세상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구경도 많이 하고
바다에서 물고기랑 친구도 하고
조개하고 노래도 하고
고래가 바닷물 밖으로 나오고 싶어할때
시원한 소나기도 뿌려주고
바다위에 달님이 훤히 달빛을 비출때
그 아래서 달님이랑 별님이랑 노래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는것이 너의임무인것 같구나
그러자 고래구름은 물었습니다
그러면 마루턱 님은 뭐하세요
마루턱구름이 말했어요
나도 이 높은 산위에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보인단다
봄에 농부가 씨앗을 뿌리며 비를 물을 필요로 하면
비를 내리고
여름이면 햇님이 햇볕을 쨍쨍 내리쬐면
햇님을 살짝 가리고
소나기를 퍼부어주지
그러면 냇가에 미꾸라지가 고맙다고 하늘높이 솟구쳐오르지
가을이면 모든 들판이 주렁주렁 열매가 맺으니
이 얼마나 보기 좋은 광경이냐
그러다가 겨울이오면
북쪽에서 찬바람이 쌩쌩 부니
나도 모르게 눈이 되어서
저 산밑을 하얗게 만드니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렇게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니
우리 열심히 이런 광경을 위해 일을 하여보자
고래구름이 말을 했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인사후 고래구름은 바람을 힘껏불어서 바다로 흘러가네요
그제서야 마루턱구름은 밑을 쳐다보며 혀을 차네요
밑이 엉망이구나 엉망이야
앞으로는 하늘을 더 잘 살펴봐야겠어
자신을 탓하는 마루턱구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