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리버는 근신기간동안 머물었던 낡고 허름한 둥지를 떠나 이제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의 가족, 리얼의 품으로 돌아왔다.
둘은 아주 오랜 세월을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리버는 리얼의 귀에 속삭였다.
“리얼, 떠나자.”
리얼은 팔을 풀고 의심스러운 듯 리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야?”
“이 곳에선 이제 나는 연습을 할 수 없어. 모임도 해체됐고......
더 이상 여기 머물 이유가 없잖아.
찾아보면 우리가 머물만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무도 찾지 못할 그런 곳......”
리얼은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리버의 말에 거의 황당하기까지 했다.
“리버, 너 지금 제정신이야? 너도 마티가 어떻게 됐는지 봤잖아.
그런데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너도 인간에게 사냥되고 싶은 거야?”
리얼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리버는 그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렸다.
“형(리버는 화가 나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면 리얼을 ‘형’이라고 불렀다.), 형이야말로 제정신이야?
그들이 마티에게 한 짓을 보고도 모르는 거야?
이곳은 그럴싸하게 꾸며진 감옥에 불과하다는 걸......
항상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진짜로 자유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맛본 적이 있냐고?
마티 일 이전에도 그랬어. 늘 불안해하고 남의 눈을 무서워했었지. 그게 과연 행복일까?
물론 완벽한 행복이란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곳에선 그 불완전한 행복마저도 찾을 수가 없어.
난 배부른 감옥보다는 배고픈 자유를 선택하겠어.
그리고 평생 이 섬에 숨어산다고 해서 인간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섬을 벗어나면 다 인간의 사냥감이 되고 마는 걸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또 언젠가는 이 섬에도 인간들이 밀려 올 거야. 그리고 마티는......”
리버는 새삼 떠오른 마티의 마지막 모습에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마티는 운이 나빴던 거야. 하지만......, 하지만 마티는 날았다고.
자기가 원하던 대로 말야. 그게 중요한 거 아냐?
언뜻 보기엔 비참한 죽음이었지만, 난 그걸 행복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 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마티의 그 행복을 이어가고 싶어. 진정한 행복, 자유를 찾고 싶다고.”
리버는 리얼의 날개를 자신의 두 날개로 꼭 잡고 있었다.
마치 그 마주잡은 날개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리얼에게 전해지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리얼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리버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이곳에 자유가 없다는 그의 말은 확실히 맞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인간들이 이곳에까지 밀려올까?
그의 말처럼 마티는 행복했을까?
그리고 마을을 떠나 연습한다고 과연 그들이 마티처럼 날 수 있게 될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어. 과연 우리가 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말이야.
너도 알겠지만 마티는 특별한 아이였어. 그 앤 우리와는 달리 날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태어났지.
마티가 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야.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 애처럼 될 수는 없다는 얘기지.
지금껏 마티를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날 수 없었던 것처럼......”
리버는 리얼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는 절대로 날 수 없어.’
리얼의 눈은 리버에게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리버는 포기할 수 없었다.
모든 일을 그렇게 처음부터 이것은 될 일, 이것은 안될 일이라고 규정짓고 행동한다면 세월이 아무리 흐른 다해도 그들은 매일을 똑같이 살아야만 할 것이다.
애초에 그들 종족은 다른 모든 새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날며 먹을 것을 구해야했다.
하지만 먼 옛날의 조상들은 자신들이 옳다는 신념으로 이 섬을 찾아냈고, 그 어떤 새들도 가능하리라 믿지 않았던 땅에서의 삶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반대의 경우가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난 내 자신을 믿는다.
리버는 리얼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최초의 새가 되겠어!”
리얼은 리버를 막아야만 한다고, 마티처럼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 쌍둥이 동생은, 자신이 한번 결심한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만은 자신과 똑같았기 때문에......
3일 후 리버는 리얼에게조차 아무 말 하지 않은 체 모두가 잠든 새벽을 틈타 조용히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그 새벽, 리얼은 잠들어있지 않았다.
리버는 그가 잠든 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짐을 챙기느라 달그닥거리는 소리며, 떠나기 전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던 리버의 부드러운 날개깃까지, 모든 것을 듣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기에 그저 두 눈을 꼭 감은 채 마음속으로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