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LIBER ]
리버는 항상 생각했다. 진실로 원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섬의 모든 새들이 그 경이로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마침내 마티는 맞은편 섬으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탕.”
진홍색 하늘을 조각 낼 듯한 소리와 함께 마티는 바다를 향해 추락했다.
절벽 끝으로 달려간 리얼과 리버는, 잠시 후 수풀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자연의 천적, 말로만 듣던 인간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다.
이미 숨이 끊어진 것일까? 인간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마티를 건져 올려, 그대로 다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털썩 주저앉은 리얼은 차마 그 광경을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렸고, 리버는 온 세상이 무너질 듯 절규했다.
“마티......!”
그날 이후로, 섬의 새들은 나는 일에 대해 전보다도 더한 거부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난다는 것 자체보다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한 두려움은 어떠한 형벌보다도 큰 효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장로새들을 가시 침이 박히고도 날 수 있었던 마티에 대해 한 때 두려움마저 느낄 만큼 경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원했던 대로 어린 새의 죽음이 이루어졌고,
그의 죽음이 가져온 효과 또한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이내 안심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리버는 형 집행시 소란을 일으킨 죄가 추가되어 14일 동안의 근신에 처해졌다.
근신기간 중에는 다른 새들과의 접촉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이미 근신이 끝난 리얼은 리버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리얼은 리버의 몸이 거의 나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마티의 죽음이 남긴 상처로 인해서인지 극히 침울한 동생의 모습에 몹시도 마음이 아팠다.
마티의 죽음. 그것은 그에게도 역시 커다란 상처였다.
너무도 밝고 사랑스러웠던 마티.
언제나 함께 있었기 때문일까? 그의 죽음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리얼은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자신이 미웠다.
왜 막지 못했을까? 왜 날고자하는 행동을 부추였을까?
그는 이제 나는 것에 대한 희망을 버린 상태였다.
하늘을 날게 된다한들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마티는 그 대가로 죽음을 맞이했을 뿐이었다.
언제나 동경해왔던 곳이었지만, 인간들이 손을 뻗치기 시작한 이상 하늘은 이제 죽음의 영역일 뿐인 것이다.
하루해가 지고, 섬의 모든 새들이 각자의 둥지를 찾아 잠을 청하기 시작하는 침묵의 시간.
‘오늘로 끝이구나.’
리버는 근신기간이 더 길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아무도 그에게 접근하지 않았던 지난 14일 동안, 큰 절망 후에 어린 혈기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그의 마음은 이제 평온하면서도 단호한 힘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목표를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근신이 끝나는 대로 그는 리얼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그와 함께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마티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의 아픔은 리얼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동생을 잃은 슬픔 때문이었다.
그는 리얼처럼 동생의 행동을 막지 않았음을 자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마티의 비행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그의 여리고 어린 작은 동생이 해낸 것이다.
비록 인간이라는 어이없는 벽에 부딪쳐 버리긴 했지만, 그 마지막 순간까지 마티는 행복했을 것이다.
종족들의 지탄과 방해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이루어 나갔기에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리버는 은빛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던 마티의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속삭였다.
‘함께 날자, 마티!’
그날 밤, 마티의 죽음 후 처음으로 리버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꿈속에서 리버와 마티는 함께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