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시작되었던 장로회의는 해가 하늘의 정 가운데에 이르렀을 때에야 끝이 났다.
연이어 공개 재판이 선포되었다.
재판은 신성한 것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두가 참석해야 했다.
리얼과 마티는 누가 무슨 죄로 재판 받는지 조차 모른 체 재판장으로 가야했다.
리버는 전날 맞은 비와 늪에 빠졌던 충격으로 심하게 앓아 누워 참석할 수 없었다.
재판은 그들 종족이 애초에 날 수 있는 새임에도 불구하고 왜 날지 않게 되었는가하는, 그들의 우월성에 대한 대장로(장로새의 우두머리)의 연설로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랑스러움이 넘치던 그의 눈빛이 분노로 번득였다.
“그런 우리 종족의 자랑스러움을 무시하는 자들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어제 늪지대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이 자리에서 그 내용을 밝히진 않겠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자들이 누구인지 장로회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장로가 마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얼과 마티는 그 차가운 시선에 몸을 움츠렸다.
“물론 그들 모두에게 추방령을 내림이 마땅하나, 그들이 젊은 혈기로 잠시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른 것일수도 있기에 본 장로회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대장로는 큰소리로 장내에 외쳤다.
“지금 이 자리에서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단지 생각만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불미스럽게 날개를 사용한 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이에겐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그렇지 않는 자에게는 엄한 벌이 내려질 것이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날고 싶은 새들’이 일원은 어찌할 바를 몰라, 사색이 된 얼굴로 망설이고 있었다.
리얼은 마티를 꼭 끌어안았다.
재판장의 어수선함을 뚫고 뒤편에서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팁니다.”
비트레이(BETRAY)였다.
평소 마티의 타고난 능력을 시기해 왔던 그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저는 잠시 어리석은 모임에 가담하기는 했지만, 이제 그 죄를 용서받고자 합니다.
바로 저 아이가 규율을 깨뜨렸습니다.”
비트레이가 날개로 마티를 가리켰다.
항상 처음이 어려운 법. 비트레이의 행동에, 망설이던 나머지 동료들도 우르르 앞으로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리얼과 마티, 참석하지 못한 리버, 삼형제뿐이었다.
장로새들을 비롯한 재판장의 모든 새들의 시선이 마티를 향해 고정되었다.
마티는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꼭 끌어안은 체 가늘게 떨고 있는 리얼의 팔을 풀었다.
“형, 우리도 나가자. 난 추방돼도 살 수 있지만, 형은 그렇지 않잖아. 어서 나가자. 그리고 리버형 몫까지 용서를 구하는 거야.”
리얼은 두려움이 사라진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버티어 봤자, 셋 다 추방령을 면치 못할 것이 뻔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리얼은 마티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
“마티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와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제 쌍둥이 동생 리버 또한 그 모임의 일원입니다.
저희 삼형제는 그 동안의 일들을 반성하며 장로회의 자비로운 선처를 구하고자 합니다.”
“리얼, 자네는 저기, 용서를 구하고자 나선 젊은이들과 함께 서도록 하여라.”
리얼을 마티의 곁을 떠나, 친구였지만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곁으로 같다.
대장로가 조용히 일어나 마티에게 물었다.
“마티, 규율을 어겼음을 인정하느냐?”
“네,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제는......”
마티는 날 수 있었기 때문에 리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장로는 마티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변명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네 죄를 인정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말하라는 것이다.”
마티는 한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라 대장로를 노려보았지만, 장로회의 노여움을 사봤자 불리할 뿐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규율을 어겼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마티는 자신이 한일이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뭐라 얘기하던 간에 자신의 입으로는 결코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차가운 시선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서 있을 수 있었다.
숨쉬기조차 조심스러운 재판장 내의 긴장감을 깨며 대장로의 선고가 시작되었다.
“지금 이 앞에 나와있는 젊은이들의 수가 증명하듯이, 이들은 지금껏 추방령을 두려워하지 않은 듯 합니다.
해서 우리는 이후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더욱 엄중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미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또 뉘우치고 있으므로,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의미에서 7일간의 근신만을 선고합니다.
허나...”
대장로는 어느새 호위새들(장로새들의 명령으로 형을 집행하거나 그들을 호위하는 새들)에게 양 날개를 잡히고 서 있는 마티를 바라보았다.
“비록 아직 어린 새라 하나, 마티의 죄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그 죄질이 무거우므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장로회는 그의 양쪽 날개에 가시 침을 박아 추방할 것을 선고합니다.
형 집행은 이 재판이 끝나는 대로 북쪽 큰 바위 절벽에서 이루어 질 것입니다.”
“안돼!”
리얼의 절규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장로회의 선고는 단호한 것이었고,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번복될 수 없는 것이었다.
마티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