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다.
‘날고 싶은 새들’은 하나 둘 섬 가장자리로 모여들었다.
모두들 비를 피해 둥지 깊숙이 들어갔으므로 날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가운 빗줄기가 그들의 날개를 적셨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그 어떤 고통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폭우로 인해 바닥은 미끈거렸고,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연습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마을로 돌아가야만 했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길눈이 밝은 리버가 앞장서기로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서둘러 걷던 리버는 하필이면 늪지 바로 옆을 지날 때 미끄러지고 말았다.
늪에 빠진 리버는 더 이상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날개를 퍼덕거리며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리얼이 날개를 뻗어보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잡을 수도 없었다.
마티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리버의 머리위로 날아오른 마티는 발톱으로 리버의 어깨를 꽉 움켜쥐고, 있는 힘을 다해 날개를 움직였다.
리버의 몸이 점점 늪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에 젖어 무거운 날개를 움직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형의 생명이 달린 일이었기 때문에 마티는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힘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모두들 탄성을 내뱉었다.
그들은 리얼이 주위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버가 완전히 늪에서 빠져 나오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 소란스러움은 마침내 불행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폭우 때문에 먹이 창고가 잠기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나왔던 장로새(이들 종족을 이끄는 우두머리 새들) 한 마리가 그 모든 장면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전날의 비가 맑은 날씨를 선물로 남기고 자취를 감춘 다음날 아침, 긴급 장로회가 소집되었다.
장로들은 전날의 일은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날기 원하는 어리석은 새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도 놀라웠고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다는 것 또한 놀라웠지만, 가장 그들을 경악케 한 것은 날 수 있는 새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태어난 지 겨우 두 달 여밖에 밖에 안된 어린 새가......
그들은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 모두를 추방하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그럴 경우 그 젊은 새들의 어미 새들(그 중에는 몇몇 장로새들도 있었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또한 마티의 경우에는 형벌이 되지 못할 것이기에, 보다 간교한 계획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