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REAL: Reality)과 리버(LIBER: Liberty)는 태어난 지 일년이 된 쌍둥이형제였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리얼과,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이상주의자 리버는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형제들보다도 사이가 좋았다.
둘은 각자에게 부족한 점을 서로 보충해주는, 둘이지만 하나와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둘은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유롭게 날아 섬을 떠나겠다는 위험스러운 꿈......
그리하여 두 형제는 자신들과 같은 꿈을 가진 젊은 새들을 모아 ‘날고 싶은 새들의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리얼과 리버에겐 태어난 지 겨우 한달 된 어린 동생이 있었다.
이 어린 새의 탄생은 그들 어미의 생명과 맞바꾼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린 동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두 형제의 희망이었다.
마티(MARTY: Martyr).
남들보다 큰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리얼과 리버는 이 아이를 보는 순간 하늘을 날기 위해 태어난 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
마티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태어나던 날부터 날고자 하는 욕심을 드러냈던 마티는 땅굴 속 둥지를 매우 갑갑해했고, 아직은 날 수 없는 날개임에도 종종 퍼덕거리곤 했던 것이다.
요즘 마티와 그 또래의 아이들은 보송보송하던 솜털이 완전히 벗겨지고 연회색 깃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연회색 깃털이라고는 하지만 마티의 깃털은 특별했다.
그 아이의 날개가 태어날 때부터 특별했듯이.......
다른 아이들의 부드럽기 만한 무광택의 짧은 깃털과는 달리, 마티의 깃털은 단단한 뼈를 중심으로 길고 날렵한 형태를 이루었고 조금씩 은빛을 내보였다.
그리고 이런 특별함은 다른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외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리얼과 리버는 예정보다 빨리 마티를 모임의 동료들에게 소개시키게 되었다.
모임에 들어간 지 한달, 마티는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군살이라곤 전혀 없는 날씬한 몸매와 이젠 칙칙한 회색이라곤 전혀 없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그래서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깃털 때문이기도 했고,
찰나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 중 유일하게 비행에 성공한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리얼은 마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마티의 머릿속에는 오직 ‘난다’라는 한가지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다.
나무 틈으로 하늘을 훔쳐보며 싱글거리거나, 모이를 먹는 것도 잊고 공상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그런 행동들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남의 눈이 없다싶으면 언제 어디서고 간에 상관없이 날개를 펼친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리버마저 그런 행동에 동조하는 바람에 리얼의 심장은 늘 불안함에 떨었고 입에서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