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내용도 없는 동화를 무의미하게 올리지만 왠지 마냥 좋기만 합니다.
아, 오늘은 햇살이 따뜻하네요 >_<
<br/>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었으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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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은영은 깔끔한 모범생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하라는 것만 하고 먹으란 것만 먹고 입으란 것만 입고, 모든 것을 자의가 아닌 타의로 해왔다.
그러면 엄마는 나를 칭찬해 주며 앞으로 더욱 잘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난 어제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은영이 걘, 시험을 망쳤대요. 요즘 딴 생각을 많이 하는 모양인데 어쩜 애가 그렇게 비실거리고 날 안 닮았는지 모르겠어. 걱정이예요 정말."
확실히 내가 시험을 망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채점한 결과는 국어와 과학에서 하나씩 틀려서 평균 점수 98점으로 전교 일등을 했다.
그런데 어째서 엄마는 그런 말을 하신 걸까.
날 못 믿으신다는 건가.
오늘 한 아이가 새로 전학을 왔다.
깔끔하고 나처럼 모범생 티가 났지만 시끌벅적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보통의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계속 나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기분이 나빴다. 무슨 속셈으로 그러는 건지.
집에 가는 길이었다.
오늘도 엄마가 정해 주신 '큰길'로 가고 있는데 그 아이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
깜짝 놀란 내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그 아이 하는 말.
"야, 나랑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가자."
"싫어. 안 돼. 시간이 없어."
날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 이래봬도 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위생 떡볶이만 먹는단 말이야.
길가에서 파는 떡볶이는 맛도 없고 너무 매워.
게다가 세균이 득시글 거릴거야!
잘못하면 요즘 유행하는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구.
"그럼 햄버거?"
"안돼."
"피자."
"안된다니까."
"치킨."
"싫어."
"돈가스."
".싫다니까."
"..............."
그 아이는 내게 하나씩 거절당할 때마다 점점 풀이죽어 갔고 마침내는 말을 뚝 끊어버렸다.
"도대체 넌 왜 이렇게 바쁜 거야?"
"그ㅡ걸 몰라서 묻니? 난 좀 있으면 속셈 학원 갔다가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 컴퓨터 학원, 주산 학원, 글짓기 학원에 갔다와서 숙제를 하고 그룹과외를 가야 돼. 이제 알았어? 알았으면 빨리 저리 가. 나 바빠."
막 그 애를 지나쳐 가려 하는데 그 애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버티어 섰다.
"안 돼! 오늘은 나랑 놀아주기 전에는 못 가."
"왜 이래? 너 이러면 우리 엄마한테 이른다!"
"일러라 일러라 일름보. 대머리 깎고 시집 가라."
그 애는 여유롭게 노래까지 불러가며 나를 놀려댔다.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찔끔 났다.
"에에- 바보 같이 울기는. 울보래요ㅡ울보래요ㅡ"
"야! 나 괴롭히지 마!"
갑자기 내가 소리를 빽 지르자 그 아이는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나는 그 틈을 타 그 아이를 뿌리치고 마구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 아이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어둑어둑해지고 그룹과외를 끝내고 돌아오는 동안 나는 내내 그 아이 생각뿐이었다.
그냥 조금 놀아줄걸.
오늘은 속셈 학원에서 복습을 했는데.
집에 와서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대들었다.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건전하지 못하다며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엉덩이 한 대를 얻어맞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훌쩍훌쩍 울면서 나는 그 애를 떠올렸다.
그 애처럼 자유롭게 되고 싶었다.
내일은 학원을 빼먹고 그 애와 함께 어울리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