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형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형들은 모두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받은 만큼 주인에게 더 큰사랑으로 보답합니다.
유나의 다락방에는 인형들이 가득합니다.
중학생이 되서도 인형을 가지고 논다며 놀려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예쁜 인형들이 많은 것을 부러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나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인도의 왕자님 인형입니다.
이모가 인도에서 직접 사 가지고 오신 그 인형은 30Cm 정도의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고, 화려한 의상과 검으로 장식된 정교한 수제품인형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4살 때부터 그 인형은 유나의 왕자님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유나는 오늘 같은 반의 승우에게서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유나는 하늘을 날 듯이 기뻤습니다.
사실 유나도 전부터 승우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까만 피부와 갸름한 얼굴이 인도 왕자님과 많이 닮아서 그저 관심을 가졌던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승우의 활달하고 자상한 성격에 반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 좋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나가 기뻐하는 모습에 다락방의 인형들도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자신들을 사랑해 주는 유나의 행복이 그들의 가장 큰 행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인도 왕자님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유나의 왕자님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나와 승우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습니다.
"유나랑 승우는 서로 좋아한데요!"
다정한 둘 사이를 질투해서 유치한 말로 놀려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아이들의 말처럼 유나와 승우는 정말 서로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유나는 승우에 대해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 아버지 모두 유나의 말만으로도 승우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향은 어디라고 하든?”
“전주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비빔밥을 엄청 좋아해요.”
“......”
순식간에 굳어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본 유나는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왜 그러세요?”
“전라도는 안 된다.”
유나의 아버지가 엄포를 놓듯 말씀하시곤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 말씀 들어라, 유나야.”
어머니 역시 더 이상 유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유나의 부모님들은 경상도 분들이셨고,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들이 그렇듯 전라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승우의 부모님 역시 같은 이유로 유나와의 사귐을 반대하고 계셨습니다.
유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승우와 만나지도 말라고 하시며, 만약 계속 승우와 사귄다면 먼 학교로 전학을 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
승우를 만날 수 없다는 슬픔에 유나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주인님이 너무 불쌍해!”
인형들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도 왕자님은 울다 잠이든 유나를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습니다.
‘유나님, 마지막으로 당신의 왕자가 되어 드릴게요!’
인도 왕자님은 별님을 향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직 단 한번 이룰 수 있는 소원의 기도문을 정성스럽게 외였습니다.
“별님께 기도 드립니다. 부디 저의 영혼을 거두시고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부모님들이 마음을 바꾸시어 유나님이 행복해지시도록......”
기도가 끝나자 인도 왕자님의 몸은 점점 투명해지더니 이내 완전해 사라졌고, 영혼은 별님 곁으로 올라갔습니다.
유나의 부모님은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전라도에 사는 아버님과 경상도에 사는 어머님이 서로 사랑하는 꿈이었습니다.
두 분은 서로를 너무 사랑했지만, 부모님들의 반대에 결국은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승우의 부모님도 비슷한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꿈에서 깬 부모님들은 유나와 승우의 사귐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출신지가 아닌 서로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유나는 인도 왕자님을 찾기 위해 방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지만 왕자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락방 창문으로 별들만이 가득히 보였습니다.
못 보던 별 하나가 유나의 마음을 달래며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END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그동안 컴퓨터도 이상했었고, 개인적인 일들도 바빠서리...
오랜만에 이렇게 문사에 다시 글을 올릴 수 있게 되니,
왠지 마음이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