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거기 조심해! 네 뾰족뾰족한 가시 때문에 내 고운 별이 상처를 입잖아!"
어디선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는 아주 가까이 있는 듯한데 두리번거리는 조각이의 눈에는 띄지 않았다. 그 때 '살풋' 봄바람처럼 고운 분홍 솜털이 조각이 앞에 내려앉았다. 공기보다 훨씬 가벼워 보였다.
"와, 정말 보들보들해보이는 솜털이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게 신기할 정돈데?"
"험험, 그건 연습을 하면 돼. 넌 대체 뭐하는 녀석인데 우리 별에 내려와서는 여기저기 상처를 내놓은 거야?"
그 말을 듣고 조각이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아니나 다르랴, 분홍 솜털의 투덜거림 대로 분홍 빛이 고운 길 위에 상처가 드문드문 찍혀 있었다.
"아, 미안해. 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게 될 지는 몰랐어. 나는 초록별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인데, 원래는 똥그랬는데 부서지더니 이렇게 되었네."
조각이를 찬찬히 살펴보던 솜털은 조금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는 말했다.
"흠,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으니까 화를 내지는 않을게. 하지만 되도록 빨리 이 별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너도 보다시피 이 별은 상처받기 쉬운 곳이야. 조금이라도 무거운 것, 약간이라도 날카로운 것은 우리 별에 상처를 남겨. "
조각이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별에 상처를 남기게 되어 안타까웠다.
'세상에는 내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 되는 문제들도 있구나.'
고운 분홍별은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고, 별은 보존하려는 분홍 솜털의 노력도 예뻐보였다.
"세상에는 살엄음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살아가야할 별도 있었구나. 그래, 네 삶은 행복하니? 이 별을 지키면서 사는 것 말이야."
"행복하다 불행하다의 문제가 아니야. 내가 이 별을 지키는 것은 말이야. 이 우주 공간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별들이 있고, 그 중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 난 그 다양한 별 중에서 분홍 별을 지키는 존재이고, 그건 내 의무야. 내 행복이나 불행에 앞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거라고 봐. 개인의 행복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는 거니까. "
저리도 가벼워서 존재감조차 없어 보이는 분홍 솜털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자기 의지가 확고한 별지킴이였다. 조각이는 분홍 솜털의 신념을 조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분홍별 지킴이이고, 자신은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분홍별을 상처내는 존재이며, 현재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분홍별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머물 수는 없었다.
"곧 떠날게. 하지만 내가 만약 다음에 뾰족뾰족함을 둥글게 만들고, 불필요한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이 곳에 들를게. 그 때는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맞아주길 바래. "
분홍 솜털은 조각이에게는 선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조각이는그 자리에서 훌쩍 우주 공간으로 이동했다. 다시 세상은 깜깜한 어둠이었다. 하지만 조각이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분홍 솜털을 알게 되었고, 이 우주 공간 어딘가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
잠을 깨야 하는데, 왜 이리 졸린지. 흑, 일어난 지 세 시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왜 또 졸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