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닌 존재. 아니, 존재조차 아닌 비어있음. 그림자 까망이의 모체(母體). 아무 것도 아니어서 아무 것도 아닌 모든 것이면서 또 그 무엇도 아닌 것. 괴로움도 고뇌도 사랑도 따뜻함도 평화도 전쟁도 갈등도 경쟁도 그 어떤 것도 없는 상태.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그냥 그대로 있습니다. 까망이이면서 까망이가 아닌 것이 완벽한 평화 속에 - 혹은 비어있음에 - 있습니다. 어쩌면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그리고 지상의 시간으로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1년 2년 3년... 그리고 100년 200년 300년 ,,,, 그리고 셀 수 없는 시간.
까망이는 무엇도 아닌 자신이 마음에 들 지 않습니다. 완벽한 평화 - 혹은 비어있음 - 속에 있다 하더라도 비교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없는데, 이 상태가 완벽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까망이는 답답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래야 고요함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까망이는 절망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래야 희망의 귀중함을 알 수 있겠지요. 까망이는 완전한 혼돈을 알고 싶습니다. 그래야 완전한 평화를 느낄 수 있겠지요.
그래서 까망이는 세상으로 나가려 합니다.
그림자 하나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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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이가 세상에 온 이유입니다.
그림자의 모습은 까망이 자신이 택한 것입니다. 스스로 완전한 평화로 나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한 그 모습입니다.
까망이는 형태가 없는 그림자입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변합니다. 그래서 어떤 모습도 아닙니다. 어쩌면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은 그림자가 까망이 혹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자기자신을 찾으러 길을 떠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예전처럼 큰 새 같고, 화난 괴물 같고, 뚱뚱한 괴물 같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고뇌와 번민과 발견과 희망 그 모든 것은 태초에 그림자 까망이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그림자 하나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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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는 게 싫어서 빨리 끝맺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짜임새있게 다듬어볼 생각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