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침대를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침대.
그 곳에 눕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그 침대를 덮고 있는 연한 금빛의 시트는 분명 실크보다도 더 매끄러울 것이고,
매트리스는 깃털보다도 더 푹신할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푹신한 그 침대를......
누워보고 싶지 않으세요?
그러기 위해선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긴, 아주 길고 튼튼한 밧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는 기다려야합니다.
무엇을 기다리느냐 고요?
그 침대가 모습을 나타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 침대는 평범한 침대가 아니거든요.
그 침대는 약간 흐린 듯한 밤에 뜨는 아래로 볼록한 초생달입니다.
여러분들도 그 달님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이 침대라는 사실은 모르셨을 겁니다.
사실, 그 달님은 별님들이 쉬는 침대입니다.
매 계절마다 이동해야하는 별님들이 잠깐씩 쉬어 가는 침대인 것입니다.
전 바람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 줄곧 그 침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불행히도 아직 한번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얘기가 잠시 딴 쪽으로 흘렀군요.
하여튼, 아래로 볼록한 연한 금빛의 초생달이 떠오르면 준비는 거의 다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은빛달님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절대로요.
꼭 연한 금빛의 달님이어야만 합니다.
혹시라도 이 점을 잊으신다면, 그 은빛 침대에 눕는 순간 아주 크게 후회하실 겁니다.
은빛달님은 남극의 얼음보다도 더 차가울 테니까요.
하지만 연한 금빛달님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습니다.
봄날 오후의 햇살같이 따스하답니다.
그러니 꼭 연한 금빛달님을 기다리셔야합니다.
마침 오늘밤 그 달님이 나오셨군요.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저 달님. 예, 바로 우리가 원하는 그 달님입니다.
이제, 밧줄 한쪽 끝에 고리를 만들어 매듭을 지어야합니다.
......
다 됐군요.
여러분, 서부영화를 자주 보십니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보신 적 있으시겠죠?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잡아야 할 소는, 바로 저 달님입니다.
밧줄을 단단히 잡고 고리가 있는 쪽을 두어 번 돌린 후,
밧줄 고리가 달님의 아래쪽 뾰족한 부분에 걸리도록 힘차게 던집니다.
......
이런...... 조금만 더 멀리 나갔어도 성공하는 건데......
하지만 전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 일을 맨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전 지금 아주 잘하고 있거든요.
솔직히, 그 땐 지금 던지는 거리의 반만큼도 던지질 못했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꼭, 저 달님에게 이 밧줄을 걸어 오를 수 있는 날이 꼭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일지도 모릅니다.
자,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
이번엔 여러분도 같이 해보시겠습니까?
하나, 둘, 셋, 으쌰......
END.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올리자니...
왠지 쑥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