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점사. 머리에 일곱 개의 점이 있는 뱀. 뱀머리 할머니 여왕님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뱀이다. 으 ~ 멀미 난다.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가르침을 받고자 왔습니다."
초챙이 말했다. 야, 말 잘 한다. 저런 연습은 언제 했다냐. 종이 공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든 한 마디 해야 한다.
"뱀은 지혜를 상징한다 들었습니다. 그 뱀을 다스리는 여왕님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나누어주시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서움을 참고, 등뼈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똑바로 뜨고 또록또록 말하니까 초챙이 '허~!'하며 슬쩍 쳐다보았다.
'뭐~ ! 어쩌라고. 내가 달리 공주겠냐?'
칠점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여왕님.
"오호호호. 숨어지낸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네요.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러요.아주 마음에 들어요. 오호호호.~"
"감사합니다. 배려해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할머니 여왕님이 마련해준 곳은 능사로 만들어진 별관이었다.
"여긴, 어째 정상적인 집이 없냐. 이봐 초챙. 여기서 자다가 물려 죽으면 어떻하냐. "
"능사가 색이 화려하기는 하지만 독은 없어. 특별이 여왕님이 배려해 주셨나 본데. 흠, 게다가 넌 맛 없게 생겨서 먹히지는 않겠다. "
"~~ 야. 뭐야 너. 이 녀석이, 나 공주야 공주."
"우리 나라로 돌아가면 공주 대접 해 준다. 지금은 길동무잖아. 아직 날이 이르니까 바깥 구경이나 다니자. "
뱀 나라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온통 뱀이 스멀거리는 이 나라는 정말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초챙, 단식하거나 채식하는 뱀은 없어?"
기대를 가지고 묻는데, 돌아온 짧은 대답.
"없어. "
그래, 참 간결해서 좋다.
"여긴 온갖 뱀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
"그럼. 뱀 나란데."
"와, 저 뱀은 정말 예쁘다. 만져봐도 돼?"
흘끔 쳐다보는 초챙.
"안 될거야 있나. 물리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 ^^ 농담이야. 만지면 안 돼. 유혈목이야. 꽃처럼 예뻐서 화사라고 불리지만 맹독이라 물리면 죽어.^^*"
"--;;;"
다양한 뱀들로 지어진 집들. 무섭기는 하지만 환경 오염 문제는 없겠다 싶었다. 다른 집을 짓고 싶으면 기존의 뱀들을 해체시키고 새로운 뱀들을 불러오면 되니까. 뱀을 다루는 능력. 가져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
언제 오셨는지, 뱀머리 여왕님이 옆에 서시더니 말씀하셨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만큼 옳지 못한 일에 사용하고픈 욕구도 강하게 생기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뱀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인격을 도야해야지요. 가끔 인성을 무시하고 뱀을 다루는 술사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뱀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죠."
칠점사가 꿈틀대는 여왕님의 머리. 공주는 어지러웠다.
"뱀 눈은 쳐다보지 말아요. 최면에 걸리기 쉬우니까요. 공주가 이 나라를 떠나게 될 때, 제가 한 마리 선물하죠."
그리고는 스르르 뱀처럼 여왕님은 사라져갔다.
"초챙. 여긴 적응하기 어려워. 집들도 다 이상하고. 게다가 저건 또 뭐야. 괴물 같은 저것도 뱀이야?"
"어디? 아, 저거. 뱀 맞아. 푸른 고양이 눈 뱀. "
"저 가는 목에 저 굵은 머리. 지탱이 되냐?"
"되니까 돌아다니겠지. 지금 집 지으러 간대. 특이한 걸 좋아하는 부자가 있어서 말이야. "
"초챙. 대단하다. 뱀과 말도 하다니."
"내가 달리 마법사겠냐?"
다음 날. 길을 떠나려는 공주 일행에게 여왕님이 선물을 내렸다. 한 마리의 뱀이었다.
"모든 뱀을 다스릴 능력을 줄 수는 없지만, 이 뱀을 부릴 수 있게는 해 주겠어요. 그리고, 어떤 뱀에 물려도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도 주지요. 단 1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해요."
감사를 표하고 돌아나오는 길. 일행이 하나 늘었다. 채찍뱀. 몸을 숨기는 걸 좋아해서 방해가 되지 않을거라나.
"하지만, 저 뱀은 초챙 너보다 더 커. 뭐야 대체."
"^^ 왜. 든든해서 좋구만. 게다가 아주 가늘어서 몸통에 둘둘 말고 다녀도 되겠다."
"나는 사양이다. 네가 감든지 말든지 하고 다녀."
"푸하하. 다음 갈 곳은 무지개국이야. "
"이름 정말 이쁘다. 이곳은 정상이겠는데."
기대감에 부풀어 공주가 말했다.
"글쎄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