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것이 기쁘지 않은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다.
모래알 만큼이나 많았던 형제 자매들은
제 스스로를 이기지 못 해서,
혹은 오작오작 쪼아대는 매의 부리를 피하지 못 해서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조각조각 갈라진 모래알이 되었다.
바다에 이른 거북이 한 마리.
수천 마리 중 살아남은 한 마리.
산 것이 조금도 기쁘지 않은 것은
아끼던 존재가 죽어서도 아니었고
값싼 동정심 때문도 아니었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 따위도 아니었다.
알에서 깨어나 고물고물
단지 살아서 바다에 이르러야 한다는
생득적 목표에 내몰려
허위허위 모래숲을 헤치던 날들.
바다로의 질주가
결코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니었던
살아남은 거북이 한 마리.
바닷속을 휘젓고 다니면서도
물 속 세상이 아름답지 않았고,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부드럽지 않았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자신이 자랑스럽지 않았다.
숨이 붙어 있어서
그저 커가고 있는
살아남은 거북이 한 마리.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그리고 꿈은 꾸지 않는 거북이.
잔잔한 물살 위에 둥실 떠서
총총한 밤 하늘을 쳐다보는데...
"야아,참 곱다. "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봐,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처음 봐.
늘 불평불만만 많았던 자네가 웬일인가?"
밤 수영을 즐기던 거북 동료 한 마리가
툭 한마디 던지고 간다.
"어허라, 그랬던가. 그러게 그랬나 보군.
왜 그랬을까."
곰곰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살아있음이 기쁘지 않았던 거북이 한 마리
하나의 대답을 찾았다.
"살아있음의 목표를 내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남이 정해준 길 따위 걷고 싶지 않았어. 단지 살기 위해
필사의 탈주를 벌이는 것 따위 나는 싫어.
왜 나는 숲으로 가지 않은 거지?
왜 나는 하늘로 날아오르려 하지 않은 걸까?
매보다 더 높이 난다면, 그들에게 먹히기 보다
그들을 조종할 수도 있었을 텐데.
.. 별이 예뻐. 남들이 그런게 아니라
지금 내 눈에 예뻐. 그게 내가 살아남은 것보다
훨씬 감격스러워. "
살아남은 거북이 한 마리.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생명체.
그는 지금
살아가고 있음이 스스로 기꺼운
거북이 한 마리로 거듭나려하고 있다.
거북이 한 마리, 살아남았으되... 그리고
지금부터 살아숨쉬는 순간순간이 감격스러운
그런 날들이 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