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에 들어와~ 나의 꿈에 들어와~"
'어허. 자신있나 본데. 어째 자기 꿈에 자신이 있을 수 있나. 괴상한 꿈 꾸고 있으면 어쩌려고. '
새벽, 여느 때와 같이 불면의 시간을 보내는 성우. 라디오에서 뜬금없이 흘러나오는 무지 달짝지근한 노래에 적응이 안 되고 있다. 마왕. 드디어 봄 타나 보다. 늘 한 박자 늦으니 그럴 수 있다.
"나의 꿈에 들어와~ 나의 꿈에 들어와~"
저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는 성우.
꿈이라.
들어갈 수 있나?
그럼 한 번.
누구의 꿈에 들어가지?
성우 방문 앞에서 잠자는 강아지, 나옹이. 고양이 닮은 강아지라 이름이 나옹이다.
'나옹이도 꿈을 꾸려나.'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잠에 취한 나옹이를 들어 올리고 그 녀석의 꿈을 읽어보려 한다. 꿈 속의 나옹이는 수족관에 있다. 짜식, 거실 어항에 그렇게 눈독을 들이더니 꿈에서까지 물 속이다. 파닥파닥 신나게 헤엄치는 나옹이 녀석의 뒷목을 낚아채서 쑥 건져 올렸더니 바둥바둥 바둥바둥 야단이다.
"얌마. 넌 물 속에서 못 살아. 빨리 나와야지."
"히잉. 꿈인데 뭐 어때요. 그냥 열대어랑 놀래요. "
녀석. 난리다. 그래. 꿈인데, 놔준다. 하지만 아침이면 꼭 깨야 한다. 아침까지 물 속에 빠져 허우적 대면 안 꺼내준다.
나옹이의 꿈에서 나와 열대어의 꿈을 들여다 본다.
'저 자그마한 녀석도 꿈을 꾸려나.'
... 꾼다. 꿈속에서 푸른 열대어는 등산을 하고 있다. 녀석. 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텐데, 참 신기하다.
"이봐, 어디 가?"
옆에서 걸으며 말을 걸자, 열대어 녀석 푸르게푸르게 말한다.
"산 꼭대기까지요. 오늘은 꼭 올라보려구요. 항상 시간이 모자라 코 앞에 정상을 두고 깨곤 했거든요."
"오호, 꿈 속에서도 시간이 있나?"
"... 아침이라고 부산을 떠는 바람에 늘 깨어나야 해요."
핫, 성우 얘기다. 이런 미안할 때가.
"산은 올라서 뭐하려고?"
"현실에서 제가 모르는 세계잖아요. 꿈에서라도 한 번 알아보려구요. 산이라는 공간도 세상에는 존재하고, 이 터전에도 많은 생명체가 살 테니까. 아는 만큼 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헉, 쬐그마한 녀석이 말은 무지 잘하네.
"어, 그래. 수고. 내일 아침은 조용히 할게. 꼭 정상까지 오르길 바라."
열대어의 꿈에서 나온 현실 세계. 아직 어두운 새벽이다. 이젠 더 이상 장난 치지 말고 잠을 청해야 한다. 성우 혼자 온전한 출연자인 꿈 속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다른 생명체의 꿈속에 들어간다는 건 참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의식 혹은 무의식 혹은 소망이나 바람, 두려움, 과거, 현재, 미래를 뒤죽박죽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은 함부로 들여다 보아서는 안 되는 신성의 공간이다. 성우가 감히 부모님의 꿈 속이나 친구들의 꿈 속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이다. 성우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판단력까지 불면증인 것은 아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 밤 꿈에 누군가 초대 없이 찾아온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비록 방문자 역시 기억하지 못한다해도 말이다.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고 있다. 헉, 잘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 남짓이다. 이런. 꿈 없는 잠을 자야 하겠군. 그러게 왜 라디오에서는 "나의 꿈에 들어와~"라는 노래가 흘러나온 거야? 이건 순전히 라디오 책임이야. 책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