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에 위태롭게 걸려있던 여덟번째 별조각 -용감이-은 급기야 굴러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초록색이 고왔던 별조각은 자신이 다시금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고 절망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이 별님은 절름발이가 되었나 봐요."
어린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스러운 목소리, 용감이에게 더 나쁜 일이 생겼나 보다.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것보다 더 안 좋은 일이.
'난 아주 많이 아프게 된 걸까? 얼마나 다쳤을까? 눈을 뜨면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겁 나서 눈을 뜰 수가 없어.'
용감이는 숨을 죽이고,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다.
"다솜아, 그렇지 않아. 이 초록 별님은 그냥 아픈거야. 네가 감기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다 나으면 쌩쌩해지는 그런 아픈거요?"
"음, 그래."
용감이는 신중한 목소리에 용기를 내어 눈을 떠 보기로 했다.
'난 대체 어떤 상태인걸까?'
고개를 움직여보았다. 갸웃갸웃 - 흠, 멀쩡하다. 두 팔과 손을 옴작옴작 해 보았다. 흠 -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어. 그리고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뭔가 허전하다. 왼쪽 다리가 아프다. 오른쪽 다리는 - 말짱하다. 그럼 용감이는 왼쪽 절름발이가 된 걸까?
"아니, 넌 아무 이상이 없어.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려고만 하면 넌 온전한 상태 그대로야."
용감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현명해 보이는 눈을 가진 할아버지가 말했다.
"... 제 왼쪽 다리가 아파요. 전 정상이 아니에요."
"흠, 정상이라... 넌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이라는 거냐?"
"제 왼쪽 다리가 이상하다구요. 안 움직이잖아요."
용감이는 두려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너의 원래 모습을 어땠는데?"
할아버지의 물음에 용감이는 눈을 깜빡이며 생각을 해 보려고 했다.
'난 원래 어떤 모습이었지?'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 기억이 나지 않았다.
"초록 별님 요 녀석아, 넌 원래 조금 큰 별님이었다가 이제 조금 작은 별님이 되었을 뿐이야. 정상이나 비정상이 아니라 그냥 작아졌을 뿐이라구. "
"그런데, 왜 제 왼쪽 다리는 움직이지 않을까요?"
"허허, 아직도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군. 너에게 애초에 왼쪽 다리라는 건 없어. 고개나 팔다리 등은 나와 내 손녀의 기준에 맞추어서 네가 상상해낸 네 모습일 뿐이야. 넌 작은 별님일 뿐이란다."
그 때 옆에 앉아 할아버지의 말을 찬찬히 듣고 있던 어린 여자 아이가 말했다.
"미안해. 난 그냥 내 생각대로 너에게 절름발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한 거야. 너에게 애초에 팔다리란 구분이 없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어."
"내 손녀의 말처럼 초록 별님 너는, 말이라는 것에 매어버려서 온전한 생각을 못했을 뿐이란다. 넌 그냥 별님이야. 절름발이라는 개념이 너에겐 없어."
그 말을 듣자 용감이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살펴보았다. 온전한 별조각인 혹은 작은 별님인 자신만이 있었다. 왼발을 절어야 하는 절름발이 별조각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 전 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온전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만 매어 있었어요. 그래서 저의 불행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나 봐요."
"어린 별님아, 두려운 일이 있을 땐 더 힘을 내어 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단다. 두려움은 나약함의 자손으로,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법이지. 언제나 가장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 될 때가 네가 가장 큰 용기를 내어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때라는 걸 기억해라."
할아버지의 부드럽지만 힘있는 목소리가 용감이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사르륵 긴장이 풀린 별이는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아주 깊은 잠이었다.
하지만 이내 용감이는 잠에서 깨어날 것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어린 여자 아이의 충고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