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여섯 번째 별조각 -소심이-는 지금 짝사랑에 빠져 있다. 무늬만 소심하고, 이름만 소심한 별조각은 유독 사랑 문제에 있어서는 줄기차게 소심했다.
짝사랑의 대상 살구색 별님은 지금 소심이에게서 너무 멀리 있었다. 넓은 우주 공간에서 오늘도 총총 운행을 계속하고 있는 빛 고운 별님. 그래서 소심이는 별이 뜨는 밤이면 고개 아픈 줄도 모르고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또냐? 어째 질리지도 않고 밤하늘 감상이냐?"
소심이의 친구 불량 별조각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파란 별님이 심한 독감에 걸려 재채기를 했을 때, 정말 운 없게도 '빠직'하고 부서져 나온 파란 별조각은 언뜻 보면 곰팡이가 슨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름도 불량이다.
"건들지 마라. 내 유일한 취미 생활이잖냐!"
".. 그래, 뭐라 하든? 그냥 또 그러고 있느냐고,... 질문도 못 하냐?"
"오늘 따라 살구색 별님이 더 곱다. 그치?"
"어제랑, 그제랑, 그그제랑 똑같구만 네 눈은 어째 날이 갈수록 병색이 짙냐?"
빈정거리는 폼이 계속 상대해주다가는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심이가 살구색 별님을 쳐다볼 때면 불량이는 심통이 난 아이처럼 옆에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 괜히 자신이 좋아하는 별님이 없으니까 그러는 거라고 소심이는 생각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데?"
잠시 조용하던 불량이가 좀이 쑤시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관심을 딴데로 돌릴 때도 되지 않았나?"
"ㅜ.ㅜ 좀만 조용해 줄래? 별님이 나에게 윙크했어."
"잠시 반짝인거야. 자연현상이라구. 네가 있는지도 모를텐데 어째 그런 말이 나오냐?"
"아냐 --;; 나에게 반짝거림으로 말을 건 거야. 잘 지내냐구 말이야. "
소심이의 초록 별님과 살구색 별님은 가까이서 노닐던 이웃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부딪침에 의해 초록 별님이 산산조각 나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버려, 이제 큰 행운이 뒤따르지 않고는 살구색 별님 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옆에 있을 때, 좋아한다고 말해 볼걸."
소심이는 기회가 있을 때 자기 마음을 고백하지 못 한 게 못내 아쉬웠다.
"다 지난 일이잖아. 그만 접어라. .. 무식하게 힘만 센 살구색 별님이 뭐가 좋다고..."
"야, 살구색 별님이 우리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구... 힘이 센 게 아니야. ... 아마 다쳤을 지도 몰라."
"잘났다. 네 마음을 알아주기나 하겠냐?"
"몰라줘도 상관 없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
'에휴'하고 한숨을 쉬며 불량 파란 별조각은 풀밭에 누웠다.
"별들이 지면 깨워라. 그래야 대화가 되겠다."
"어, 그래. 잘 자. "
소심이는 쏟아져 내릴 듯 반짝이는 수 많은 별님 중에 살구색 별님만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언젠가 멋진 별님이 되어 살구색 별님 곁으로 돌아갈 거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그 때는 꼭 고백해야지. 아주 크게 용기를 내서 말이야. '
............ 시간이 촘 촘 촘 ... 점을 찍으며 흘러갔다. 오늘 따라 소심이 마음에도 촘 촘 촘 점이 찍히는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자신이 별님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촘 촘 촘 알려주는 별이 빛나는 시간... 소심이는 오랜만에 살구색 별님 이외에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건 순전히 그날 저녁 시간 흘러가는 소리가 쿵쿵쿵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봐, 불량. 일어나봐. "
"뭐야, 벌써 아침이야?"
"아냐, 아직 새벽 별은 남아 있어."
"그런데 어쩐 일이야, 나는 더 잘래."
불량 별조각은 알찍 깨운 소심이가 미웠다. 아침 잠이 많은 불량이.
"나, 다시 별님이 되려고 해. 하지만 이 상태로 별님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러기에 나는 지나치게 자그마 해. 좀더 강해지고 좀더 커질 생각이야."
"무슨 수로 작은 별조각이 큰 별님이 되냐? 돌조각이라도 갖다 붙일래?"
"이제 그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야. 너는 어쩔래?"
"난 지금 상태에 불만이 없어. 파란 별조각이어도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좋아. 하지만 커다란 별님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
이렇게 해서 초록 별조각 소심이와 파란 별조각 불량이는 별님이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것도 아닐 거라도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