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다섯 번째 별조각 - 송이 -는 자칭 마법사라는 친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 마디로 운이 없었던 거라고 (--;)송이는 생각했다.
"에 또 그러니까... 네가 뭐라고 헸지? "
"아홉 개로 갈라진 별조각 중의 하나, 송이라구요. "
벌써 열 번째 똑같은 대화가 반복되고 있다. (거 참 희안하네.--;)
"그래, 송이! 그래. 맞아. 넌 운이 좋은거야. 위대한 마법사의 손에 들어왔으니 말이야. 내가 너를 별님 상태로 돌려놓아줄게 "
이것도 벌써 열 번째로 듣고 있는 말이었다.
'어느 세월에요, 무슨 수로요?'
속으로는 투덜투덜거리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뽀각뽀각' 부서지면 어쩔 것인가? 요 작은 조각이 모래 알갱이처럼 존재감조차 없이 변해버린다면... 송이는 그런 상상 따윈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마법사가 하는 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을 온전한 모습으로 내버려만 둔다면 마법사가 어떤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마법사의 두서 없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그의 허풍을 간파했고, 그래서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 넌 어떤 별님이 되고 싶니?"
"그냥 우주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별님이요. 궤도를 이탈하지도 않고, 무언가와 부딪쳐도 조각나지 않고.. 지금 거기까지만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마법사는 송이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도 없고, 변화도 없고, 발전도 없고, 그냥 안전하기만 한 생활이라... 사실 송이 네가 정말 그런 삶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어쩌면 너는 나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아서 그렇게 아무렇게나 대답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엉터리일 줄 알았던 마법사의 입에서 이런 진지한 말이 나오자 송이는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도 별조각에 지나지 않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사람인데....
"죄송해요. 사실은 제가 어떤 별님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멍한 상태일 뿐이에요. 길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요."
그러자 마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눈부신 햇살을 받아 송이의 초록빛이 곱게 흩어졌다.
"너의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잠시 지켜볼테냐? 네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 말이야."
"그게 가능한가요? 우리는 제각기 흩어져서 이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요."
"그럼, 가능하지. 너와 하나로 이어졌었던 형제들인데 말이야."
물살이 잔잔한 강가에 이르러 마법사는 송이를 풀밭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유리조각을 비추어 초록 빛이 강 표면에 비치게 했다.
"... 바라는 것을 바라는 대로,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게. 위대한 자연의 이름으로..."
그러자 강 표면이 거울처럼 잔잔해지면서 예전에는 하나였던 별조각들의 그리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큰 형 같았던 조각이, 뾰족함을 없애겠다고 부단히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런다고 어느 세월에 매끈매끈해지겠느냐마는 자세히 보니 조금은 두리뭉실해진 듯했다. 형, 힘내!)
만사가 귀찮다고 했던 소박이, 어느 행성 한 귀퉁이에 짱 박혀 잠만 자고 있을 줄 알았더니, 어린 과학자와 함께 자연을 찬탄하는 시를 짓고 있었다. (어얼, 어울리는데^^*)
꿈이 많았던 반짝이, 달팽이와 함께 우주로 돌아갔다. (거기에 네가 찾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화이팅*)
사연이 제일 많은 것처럼 생각이 많았던 기억이.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고, 깊은 명상 같은 방랑을 시작했다. (형의 정신세계는 내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잘 되기를 바라)
그리고... 빛이 사라져갔다.
"어, 다른 별조각들은요? 왜 보여주지 않죠? "
"그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이야. 너처럼 지금 헤매고 있는 중이지."
"그럼, 언젠가는 그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군요. 무언가 결정이라는게 되면요."
"아마도... 그래, 이제 결정이 났나? 자네는 어떤 별조각이 되고 싶은거지?"
송이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렇게나 대답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을 벌기로 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저, 제 꿈이 결정될 때까지 마법사님 집에서 머무르면 안 될까요? 아, 맞다. 그냥 제자로 받아주세요. 저는 이곳에서 제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난, 별조각은 제자로 받지 않아. --; 하지만 넌 발전 가능성이 있는 듯하니 한 번 믿어보지. 그런데... 난 좋은 스승은 되기 힘들어. 네가 알아서 배워야 해."
"그럴게요. 뭐 할까요? 청소요?"
"그건 마법으로 할 수 있어. 넌 마법으로 할 수 없는 일. 공부부터 해라. 너 글도 못 읽지?"
"하핫, --; 네에."
이렇게 해서 송이는 마법사의 집에 오래 머무르는 최초의 별조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