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게 있다가 의식을 깜빡깜빡거려 보았다. 여긴 어딜까?하는 생각으로 초록 별님에서 떨어져 나온 네 번째 별조각 -기억이-는 두리번거렸다.
"깨어났나? 자네를 위해 준비한 거네. 허브차. 좋아히지?"
반백의 노파가 기억이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쪼글한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하얀 잔에 담긴 향이 진한 허브다. 정신 만큼은 번쩍 나는 듯했다.
"저기요, 할머니. --;; 저는 할머니를 모르는데요. 전 이 번에 갓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별조각일 뿐이에요."
"저런, 이를 어쩌누. 나를 몰라 보다니. 뭐, 할 수 있나? 기억하지 못 하면 못 하는대로 그냥 지내는거지 뭐. 자, 차나 들지."
기억이는 자신이 좋아해야만 할 것 같은 허브차를 받아들고 망설였다.
'맛 없어 보이는데, 꼭 먹어야 하나? 그냥 안 마신다고 하면 할머니께서 화내시겠지?'
포근한 김이 모락모락한 찻잔을 받아들고, 기억이는 한참을 그냥 있었다.
"여전하네 그려. 차가 식을 때까지 향만 맡고 있는 거 말일세. 초록색을 유난히 좋아하더니 초록 별조각이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네. "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 기억이는 자신이 정말 할머니의 친구가 아니었을까하는 착각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 같았다.
기억이가 누워있는 방은 소금보다 하얬다. 정제한 소금을 곱게곱게 빻아서 섬세하게 벽을 만들고 천정을 이어 붙인 듯 가끔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했다. 까슬한 느낌이 날 듯한 기분. 그게 현재 기억이가 누워있는 방이다.
"제가 만약 기억을 잃은 거라면 저는 누구인가요?"
궁금한 마음에 기억이가 물었다.
"허허. 자네는 기억을 잃은 게 아니야. 흠, 뭐랄까, 그냥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생명체야. 기억을 잃었다기 보다는 새로운 기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별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군. ^^*"
"망각의 강을 건넌 인간들처럼 말인가요?"
"여전히 .. 흠, .. 아는 것은 많은 듯한데... 나는 알아보지 못하겠나?"
"전혀요. 전 정말 초록 별조각이라니까요."
할머니의 눈빛에 아주 잠시 쓸쓸함이 비쳤다. 기억이는 조금 미안해졌다.
"죄송해요. 누굴 기다리거나 찾고 계신가요? 그게 저랑 닮았나요? 참 신기하군요 .뾰족뾰족한 별조각과 닮은 사람이라니..."
"... 정말 모르는군. 뭐, 어쩔 수 있나? 더 많은 세상을 알고 싶다고 하며 길을 나설 때 이미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만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네. 세월이 그리고 운명이 우리에게만 너그러울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아무리 모습이 변했어도, 우린 서로를 기억할 줄 알았다네."
할머니의 그리운 누군가는 기억이의 영혼과 닮아 있나 보았다. 하지만 할머니의 그리움을 위해 거짓을 말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저는 할머니가 생각나지 않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저를 아신다죠? 그러니까 더 많이 기억하는 할머니께서 얘기를 해 보세요. 할머니와 저의 얘기를요. 할머니와 저에겐 어떤 일이 있었나요?"
"........."
기억이는 할머니의 추억을 듣기 위해 차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등을 소금처럼 하얀 벽에 기대고, 그리고 기다렸다.
"글쎄. 자네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니, 더 정확히는 어떤 눈빛을 할까? 그게 궁금하군."
이렇게 중얼거리며 할머니는 흔들의지에 앉아 곁에 놓여있던 모포로 무릎을 덮었다. 꽤 포근해보여서 곧 잠드실 것 같았는데 곧이어 할머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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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악, 글이 늘어지고 있어요.
이런 이건 두 편으로 나누어 써야겠어요. --;;;
긴 건 싫은데... 쓰다보니
줄리고
정신없고
표현은 늘어지고
다음에 계속 써야지...
흐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