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한 마리가 살았대."
"어디서요?"
"어디서 살았으면 좋겠니?"
"초록 풀잎이 가득한 들판에서요."
"그럼 네 말대로 드넓은 들판에서 살았다고 하자."
초록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세 번째 별조각 - 반짝이-는 동화를 짓고 있는 엄마와 동화를 채색하는 꼬마 아이 곁에 앉아 새로운 이야기, 달팽이에 대해 듣고 있었다. 동화 속 달팽이가 초록 풀밭에 살고 있다면 마치 풀잎인듯 반짝이도 그 속에서 살아가도 될 것 같았다.
"엄마, 달팽이가 짐을 꾸려요. 여행가려나 봐요."
"그래? 어디로? 넌 어디로 갔으면 좋겠니?"
"흠, 기왕이면 별나라에요. 초록색이 반짝이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래? 그럼 네 말대로 초록 별님... 아하, 바로 옆에 있었네. 며칠 전에 우리를 찾아왔던 초록 별님, 반짝이에게로 보내자."
어라? 그래서 뜬금없이 별조각인 반짝이는 달팽이의 별나라가 되어 엄마와 꼬마의 동화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달팽이는 딱딱하고, 또 보들보들하고, 부지런하기도 하고, 느릿느릿하기도 하고, 지치면 쉬고, 기운 차리면 길을 떠나는 그냥 평범한 여행객 같았다. 별다른 목적도 없어 보이고, 딱히 가야할 곳도, 딱히 가지 말아야 할 곳도 없는 여행객. 이것이 반짝이의 눈에 비친 달팽이였다.
"이봐, 나라는 별조각은 별반 볼 만한 게 없어. 내가 별님이었을 때 놀러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넌 틀림없이 우주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우리와 어울릴 수 있었을거야."
"넌, 우주에 있었니? 신기한 말이로구나. .. 흠, 네가 있는 이 곳도 우주야. 과거의 네가 있었던 곳 뿐만 아니라 여기도 우주의 한 가운데라구. 그리고 네가 별님이 아니어도 불만 없어. 난 별님이 아니라 나를 찾아 길을 나선 거니까."
느릿하게 대답한 달팽이는 또 다시 울퉁불퉁한 반짝이의 세계를 탐험해들어갔다.
"이봐, 나한테서 너를 어떻게 찾아? 난 나이구, 너는 없어."
"자신을 찾고 싶으면 말이야, 길을 떠나야 해. 자신의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찾을 수 있는 존재는 드물어. 현실 속에서 별 변화없는 생활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거든. 길을 떠나는 건 말이야, 자신을 되짚어볼 시간을 준다는 의미야. 그러니 길을 떠나는 장소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은거야. 그래서 나는 현재의 내 여행지에 불만이 없단다. "
"이봐, 넌 말이야. 느린만큼 참 현명해 보인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 정말 필요한 것 같다. "
반짝이는 길을 떠나고 있는 달팽이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불완전한 존재, 그래서 항상 불만이었는데, 어쩌면 이게 기회인지도 몰랐다. 좀 더 작지만 좀더 자유롭고, 좀 더 현명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이봐, 나도 길을 떠나고 싶어. 난 지금 이 동화 속에서 빠져 나가 여러 별을 여행해보려고 해. 너도 같이 갈래?"
"좋을대로. 난 어디든 상관없어."
달팽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움직이는 반짝이라는 별조각은 엄마와 아이의 안온한 동화 속에서 빠져 나와 길을 떠났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참 나를 찾아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