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별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두 번째 별조각 - 소박이 - 는 이름 그대로 별다른 욕심이 없었다. 딱히 꼭 별님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여건대로, 물처럼 바람처럼 존재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드문 법. 소박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본 어린 과학자가 있었다.
"와, 정말 예쁘게 반짝이는 운석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천체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관찰하던 어린 과학자는 초록 별조각이 떨어진 곳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이 운석을 연구해서 우주의 운행 원리에 한 걸음 더 접근해 봐야지. 그러려면 이걸 조각조각 분해해 보아야 하나?"
어린 과학자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소박이는 '에휴~'하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봐, 어린이. 난 그냥 평범한 별조각이야. 날 부수어 보았자 좀 더 작은 초록색 돌이나 좀 더 자잘한 초록색 모래를 볼 수 있을 뿐이라구."
어린 과학자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넌 내가 사는 별에는 없는 별조각이야. 그래서 연구 가치가 있어."
"이봐. 날 관찰해 보았자 별 소용이 없다니까. 우주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게 나 같은 별조각들이야. 내 안에 우주가 담겨 있는지 어떤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우주의 모습이라면 이 별도 우주의 모습이고, 나를 관찰하겠다고 덤비는 너도 우주의 모습이라구."
고개를 갸웃거리던 어린 과학자는
"너 혹시 실험대상이 되기 싫은거니?"
하고 물었다.
"물론이지. 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 별조각일 뿐이야. 난 들판을 굴러다녀보고도 싶고, 차가운 강물에 풍덩 담겨있고도 싶고, 가끔은 높은 나무위에 울로가 경치구경도 하고 싶은 별조각이야."
"난 지금까지 말이야, 내가 관찰하려는 대상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없어. 그냥 실험 대상이라고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어. 왜 그랬을까?"
가만가만 혼잣말처렄 내뱉는 어린 과학자의 말에 소박이는 조금 짠한 생각이 들었다.
"... 아무도 너에게 그걸 가르쳐 주지 않았나 보다. 밤하늘은 말이야, 천체 망원경을 통해서 볼 때보다 그냥 맨 눈으로 바라볼 때가 훨씬 아름다워. 자연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이니까."
어린 과학자는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망원경 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와하, 정말 예쁘다."
과학자의 진지한 눈빛이 아닌 어린 아이의 천진한 눈빛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이를 보면서 소박이는 생각했다.
'그래, 나 역시 언제 보아도 내가 살던 세계는 아름다웠어.'
살랑살랑한 바람을 맞으며 별님들의 반짝임을 감상하던 어린 과학자가 물었다.
"이봐, 넌 뭘하고 싶지? 실험대상이 되고 싶지 않은 별조각1"
"난 자유롭게 뒹굴고 싶어. 자연 속에서 말이야. 그건 내가 받은 축복이야. 이리저리 움직여도 되는 별조각이 되었으니까."
어느새 시인의 눈빛을 한 어린 과학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 어울릴 것 같다. 나도 별조각 만큼이나 자유로우니까, 이제 이 실험실을 벗어나 볼까? 지금까지 한 번도 난 말이야, 이 곳을 떠나본 적이 없어."
"자연을 해부하는 법에 앞서 자연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 반대여도 별 상관은 없을거야."
어린 과학자는 소박이를 들고 나와 실험실 문을 닫았다.
"제일 먼저 어디부터 갈까?"
"큰 나무 그늘 아래 나를 내려놔 줘. 풀향기도 맡고, 바람도 쐬고, 한 잠 늘어지게 자고 싶으니까."
"내가 그 옆에 앉아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있어도 될까?"
"뭐, 나쁘지는 않아. 단, 시끄럽게 굴면 안 돼."
초록색 작은 별조각 소박이와 어린 과학자였던 어린 시인은 언덕을 지키고 있던 커다란 소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것을 감사해하며 그냥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나풀나풀 발길을 옮길 것을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은.......... 소나무 그늘 아래 풀향기가 더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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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 번째로 쓰는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에구, 쓸 때마다 뭘 잘 못 누르는지 계속 지워지고, 원고 날아가고, 흑, .. 그래서 몇 번이고 바뀐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로 쓴 것이 마음메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니... 슬픕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