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철호는 선생님께서 주신 노트 2권과 연필 2자루를 한참을 쳐다보았어요..
시간이 좀 지났을까...철호는 밖으로 나가버렸죠..
일기를 쓰기는커녕 방학 내내 놀기에 바쁜 철호는 선생님께서 주신 노트와 연필을 잡아보지도 않았고 그러다 개학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죠
그제서야 노트를 펴서 일기를 쓰려했지만 뭐라고 써야할지 몰랐어요..
이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생각났어요
"철호가 이 노트에다가 일기를 써주면 좋겠어..한번도 좋고..2번도 좋고..쓰지 않아도 좋아.."
철호는...
"이까짓것 안써버리면 그만이지.....
드디어 개학식날이 되었어요...
친구들은 방학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얘기하며 장난치고...어떤 친구들은 부모님께서 사주셨다며 옷과 게임기, 장난감등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수업시간 종이 울리고..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어요..
"여러분~방학 잘 보냈어요~??"
"네~~"
"일기는 다 써왔겠죠??"
"네~~"
"자..그럼 이따 수업끝나고 반장이랑..(두리번거리며..)철호가 일기장 모아서 선생님 책상에 가져다줄래?"
"네!!, 네..."
수업시간 내내 철호는 이것저것 생각을 했어요
"지금이라도 쓸까? 아...선생님한테 혼나면 어쩌지??"
철호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용수철이 뒤엉킷듯 복잡했지요..
수업이 끝나고 반장과 함께 일기장을 교무실로 들고갔고..선생님께서는 반장은 보내고 철호를 불러세웠어요...
"철호야..받으렴..."
"......................."
선생님께서 철호에게 준 것은 일기장이었어요...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일기장...
"철호는 일기 써왔니??"
"......................."
철호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어요...선생님께서 정말로 일기를 쓰실줄은 몰랐었어요..
"으응...괜찮아...그래도 앞으로 힘들거나..하고싶은 말이 생기거나..궁금한일이 있을땐 그 노트와 연필로 써주렴~^^"
교무실을 나선 철호는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았어요...
철호는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어요..노트가 1권이 아닌 2권으로 엮어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날짜를 확인해보니 선생님께서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셨어요
집으로 돌아간 철호는 선생님의 일기를 차례대로 읽어보았어요
[[19XX년 7월 21일 날씨 : 맑음]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다..아이도 아닌데 기분이 들뜨는건...아마도 나역시 아이들과 같은 마음인가보다..여름방학땐 여행도 좀 가고..친구들과도 만나야겠다..]
이런저런 얘기끝에 철호는 한곳에서 눈을 멈췄어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반 아이들...그 중에서도 철호가 가장 애착이 간다..
아마도 내 손길이 가장 필요한 아이같다...
내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줘야 할 것 같다..
오늘 철호와 일기써오기를 약속했는데...난 철호를 믿는다..
분명 그 아이는 내 제자이기때문에 일기를 분명 써올것이다...^^]
철호는 한쪽 가슴이 뜨끔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철호는 책상을 뒤져 노트와 연필을 꺼냈어요
철호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맞춤법도 틀려가면서 한자한자 써내려갔어요..
[[19XX년 8월 25일 날씨 : 말금]
선생님...저 철효여...선생님하고 약속핸는데..못지켜서 재송해여...]
철호는 단 2줄이었지만 자기가 직접 일기를 썼다는 것이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다음 날 선생님께 노트를 내밀었어요...
천진난만한 얼굴로 내민 철호의 노트를 보고 선생님은 기뻐하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단 2줄이었지만..선생님은 철호에게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면서 쵸코파이 하나를 주었어요..
철호는 쵸코파이 하나를 받고선 너무 기뻐했죠..
선생님은 일기장에서 틀린글씨를 고쳐주시고는 (검)이라는 글자를 크게 써 주셨어요
그날 집에 돌아온 철호는 선생님의 일기를 계속 읽어내려갔어요
[[19XX년 7월 28일 날씨 : 흐리고 비옴]
오늘은 비도오고해서 부침개를 부쳐서 먹었다..역시 부침개는 비가올때 부쳐먹어야 맛이 있다..ㅋ부침개를 보니..문든 부모님생각이 나서 앨범을 꺼내 사진을 보았다..오랜세월 빛을 받지 못해 누렇게 변해버린 사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지금은 보고 싶은 마음보다 해드리고 싶은것을 다 못해드린 마음에 가슴이 더 아프다..
밖에 빗줄기가 아까보가 굵어졌다...
하늘에서 지켜보시던 부모님께서 날 보시고 흘리는 눈물이 아니였으면 좋겠다..
내 옆에 계실때에도 늘 웃음을 읽고사셨는데...하늘나라에서만큼은 편히 웃으면서 사셨으면 좋겠다...]
어느새 철호의 눈가에도 뜨거운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어요..
철호는 노트를 펼쳐 일기를 써내려갔지요...
[[19XX년 8월 26일 날씨 : 맑음]
선생님...불쌍해요..아마도 부모님두 선생님이 우스실때 막 우스실꺼에요..
울지마세요...저가여 선생님..맨날 엄마보고 시퍼서 맨날 우는대여..
이재 안그럴라고요..그러니까 선생님도 울지 마세요..
울며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신대여...크크크..]
노트를 반이나 채운 철호는 자기가 써 놓고도 놀랐어요 그냥 자기생각만을 썼을뿐인데 이렇게 많이 썼다는게..마냥 놀라웠죠..
다음날도...또 그 다음날도...철호는 일기쓰는것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웃음도 되찼으면서 예전처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어요..
노트한권을 다 쓰고 새 노트를 꺼내서 펼쳤지요..그리고 연필도 새 연필로 바꿔서 새로운 마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그러면서 철호는 생각했죠
"연필은 마술같애..쓰면 없어지고 또 깎아서 쓰면 없어지고..내 생각도 이렇게 노트에 옮겨주고...고마워 연필아...넌 영원한 내 친구야~^^"
철호는 일기를 쓰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어요...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자고 있는 철호를 할머니는 이불위로 옮기고는 할머니도 잠을 청했어요
선생님은 변화되고 있는 철호를 바라보면서 흐뭇해하셨어요
사실...학기초에 선생님은 철호에 대한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서 일기쓰기를 권유했고 아이들은 일기장에 철호의 이야기를 적었던 것이였어요...부모님은 안계서서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고 있으며..친구들과 자주 싸운탓에 친구도 얼마 없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선생님은 철호가 변화되기를 바라며 선생님의 일기를 썼던 것이였어요..선생님이 보기에
철호는 나쁜아이가 아니라 단지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를 미워하는 마음이 크단걸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 때문이었죠...
철호가 2번째 노트를 거의 다 써갈 무렵...철호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마지막장으로 넘겼어요...노트뒷장에는 반 아이들의 한마디가 적혀있었어요...
“철호야 힘내~”
“철호야...너 너무 머싯어~”
“너 저번에 빼서간 내 쪼꼬파이 언제줄꺼야!!”
“언제 한번 우리 집에 놀러오면 내가 새 게임 시켜주깨”
반 친구들의 한마디를 보면서 철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글써이고 있었어요
그렇게 괴롭히고 못된짓을 많이 했는데요 친구들이 철호를 이렇게 생각해주는게..
철호는 너무 고마웠죠..
어느덧 겨울이 되어 겨울방학을 했고..철호는 친구들과 방학 중에도 자주 만나서 눈싸움도 하고 집으로 초대해서 할머니께서 쪄주신 고구마도 먹고...그렇게 행복한 겨울을 보냈어요..
아마도 철호가 맞은 겨울방학 중에서 가장 행복한 겨울방학이 되었을께어요..
시간이 흘러..겨울방학도...봄방학도 끝나고...이제 철호는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했어요
“선생님..감사해요..보고싶으면 또 와도 되죠??일기써서 또 가져와도 되죠??”
“그럼~언제든지 가져오너라~^^”
선생님은 철호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더니...
“선생님이 철호한테 줄 선물이 있는데....?”
“뭔데요??”
선생님이 철호에게 선물로 주신 것은 새책가방이었어요..노트와 연필로 가득찬 새가방...
철호는 선생님에게 안겨 울었어요...
어느새 선생님의 눈가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철호는...
이렇게 따뜻한 겨울을 뒤로하고 새학기를 새롭게 출발하였답니다...
좀 늦었는데....기다려주신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건 아닌지요....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by 자칭미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