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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한 번 걸어보다

오른쪽방…     날짜 : 2006년 07월 03일 (월) 11:27:57 오후     조회 : 3292      
자극적인 제목 같지만, 뭐 별건 아니다. 있는 일을 쓰는 것뿐. 초등학교를 나름대로 성실하게 다닌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과학 동화 같은 데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느낌으로 한 쪽 면을 메웠을 기사 말이다.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다니는 물고기에 대해서 무척 신기한 일인 듯 적어놓은 글들. 기억나는가. 그럼 당신은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부모 밑에서 보호받으며 컸던가, 혼자서 호기심이 많았던가 아니면 주변에 괜찮은 - 혹은 신기한 것만 끌어모으는 - 친구를 몇 명쯤 가지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그 -과학-책이라는 거 말이다. 참 불친절했던 것 같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물고기. 대체 왜 그러고 다니는지 적어놓지를 않았다. 그저 물 밖으로 나와서도 산다, 이 정도의 설명이 적혀 있을 뿐 , 그래서 신기하지? 신기하지? 하고 말하고 그 뿐이었다. 아하, 그건 참 피곤한 설명이다. 정확한 지명도 정확한 학명도 없이 그저 걸어다니는 물고기가 있다... 뿐이었으니.
그래서 어린 마음에 상상해 본적이 있다. 그 물고기란 녀석은 왜 걸어다니는 걸까하고 말이다. 심폐 기능이 유난히 뛰어난데, 물 속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를 않으니까 한 번 걸어다녀 봤다, 라거나 좀 장난기가 많은 체질들이라서 다른 생물들을 놀래켜주려고 고속도로에 한 번 납시어 봤다, 라거나, 천적이 딱 그 시점에만 물 속에서 기승을 부려 피난을 가지 않을 수 없다 등등.. 뭐 또한 답을 알 수 없으니 상상은 자유였다.
자살이라는게 본능인 생물이 몇 있다. 레밍이라는 쥐라든가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린 어떤 사슴의 무리. 자살이 아니라 이동이 본능인데 제어가 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그들의 자살 행렬을 보면서 그 '본능'이라는 녀석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이성으로는 제어되지 않는 어떤 것. 일 더하기 일이 이라는 게 통하지 않는 것. 생명이라는 게 본능 앞에서 터무니없이 쉽게 저버리는 것. 그건 참 피곤하면서도 맥빠지는 일이다.
오늘 혈액형을 걸고 넘어지는 친구의 글을 읽었다. 어울리지 않게 홧병에나 걸린다고, 성질대로 살라는 말이었다. 딱히 성질대로 살지 않는 것도 없는데, 그리 말하니 배알이 꼬인다. 녀석의 말대로 나는 어쩌면 물 밖으로 나와 별 뜻 없이도 고속도로를 한 번 가로질러 봐야 하는 물고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특별한 목적 같은 건 없다. 물 속 생활이 나쁘다는 생각도 잘 하지 않는다. 천적이 있느냐 하면, 왜 없겠느냐마는 그 천적이라는 녀석도 잘 뜯어보면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고, 잘 토닥거리면 시비는 걸지 않는다. 그런데도 물 밖의 생활을 해 봐야 하는 것일까. 이미 물 밖으로 나가 있는 녀석은 뭐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가는군. 결코 오래 버티지 못 할 줄 알았는데, 그 결벽증 녀석이 그런 곳에서 물 속으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잘 지낸다니, 속이 좀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사람으로 산다는건 꽤 어렵다. 사람답게 산다는 건 좀 더 어렵고. 그리고 사람으로서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게 산다는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나이가 들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이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나 힘을 기르고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드물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수 년 간 혹은 수십 년 간을 준비한 끝에 기어이 실현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꽤 존재한다. 존재하고 있다.
나는 물고기이다. 평범한 것보다 조금 처지는 느낌이지만 틀림없는 물 속 세상의 물고기이다. 굳이 물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물 속에서도 할 일은 많고, 해야할 일도 많고, 아마 늙어죽을 때까지 끝내지 못할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물 밖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소리에 시달린다. '시절 인연'이라고, 녀석이 연락을 끊고 인도로 가버렸을 때, 우리 갈 길은 정말 달랐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자꾸만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한 번 걸어보아야 하는 건 아니겠느냐는 소리. 그건 참 피곤한 말이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딱히 숨이 막힌다거나 눈이 부신다거나 환경 참 열악하네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애초부터 아가미도 폐도 모두 가지고 있었던가. 게다가 적응력도 뛰어났던가, 하는 생각을 잔뜩 해 보았다. 꿈틀꿈틀꿈틀. 물 밖으로 한 번 나와 보았다. 파닥파닥 높이 뛰기를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걸을 수도 있었다. 지느러미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다리라는 존재도 있었나 보다. 단지 사용하지 않았을 분.
그런게 아닐까.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능하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가능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용기라는게 사라져버렸다는 것. 용기라는 걸 끌어모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이 나이를 먹어버렸다는 것. 혹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사람마다 삶의 모양새는 다르다. 밖으로 나가보면 다 그러하다. 평범한 색들 속에 몇몇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데, 땀흘려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자기 자리라는 그 의미가 여러가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물 밖 세상이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익숙치는 않지만 한 번 나가 보니 제법 어울리기도 했다. 고속도로의 차들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고, 물고기가 걸어다닌다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뭐 그저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길만도 했다. 그래도 물고기인 나는 이내 물 속으로 돌아왔다. 대체 왜 고속도로를 가로질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왜 그걸 내가 봐야하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언젠가 마음 속의 목소리가 좀더 소리를 질러 무척 피곤해지면 그 때는 짐을 챙겨 도로를 가로지를 수 있을까. 그리고 걷다보면 목표가 생기는 걸까. 아니면 본능의 힘이 강해지는 걸까. 아직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지금은 좀 피곤하다. 나는 정말 걸어다닐 수 있는 물고기일까. 혹은 걸어야 하는 물고기일까. 나는 아니 우리는 물 밖으로도 나가야 하는 것일까. 그게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일까. 조금 더 많이 피곤해지고 있다.



peace and happy......................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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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새
07.03
^^ 참 아기자기하게도 적어놓았다 엄청 귀여워 누나
구름새
07.06
누나 그런데 물고기가 어떻게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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