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냐세여... 유령회원 적매화입니다.. ^^;;
초딩때 써봤던 글인데여... 덩화라고 올려도 될지.. ㅡㅡ;
동화방에 글이 넘 없는 것 같아서 한번 올려 봅니당...
넘 부끄럽군여.. 헐헐...
-----어머니는 그렇게 눈의 전설 보따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아가, 저 하얀 눈밭이 보이니? 오늘은 저 새하얀 눈의 전설을 얘기해 줄게.
자, 조심조심,... 이제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잘 들어야 돼. 얘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꼭 붙들어야 돼. 알겠니?
그래.. 정말 아득한 먼 옛날이었어. 어떤 구름이 있었단다. 살을 에이는 지독한
바람과 함께 구름은 산산조각 나서 땅으로 떨어졌단다.
물방울들은 추운 겨울 바람과 마주치자 그대로 얼어붙어 새하얗고, 아름다운
눈송이가 되었ㅈ. 그 눈송이들은 땅으로 내려왔어. 어떤 눈은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운동장으로 가고, 어떤 눈들은 개울가 돌멩이 위에 내려앉고, 어떤 눈은
나무 위로 올라갔어.
아름답다는 눈들 속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눈송이가 하나 있었단다. 눈인데도
꽃모양을 하고 있었어. 하얀 꽃... 다른 눈들은 그를 '뽀시락'이라고 불렀지. 뽀
시락은 다른 친구들 몇몇과 함께 개울가에 내려앉았어. 자기가 가게 될 곳을
안 친구들은 가슴이 철렁했지. 왠지 아니? 개울가는 봄빛이 빨리 닿아 눈을 잘
녹이는 곳이기 때문이야. 다른친구들은 걱정하고 슬퍼했지만 뽀시락은 그렇지
않았어. \"언젠간 녹게 되어 있잖아?\" 늘 그렇게 얘기하곤 했지. 마치 체념한 듯
이.... 그렇게 해가 가고, 달이 가고, 구름도 가고, 하루하루도 갔어.
그러던 어느날 저 위에서 다른 구름조각들이 떨어졌지. '하야니'라고 불리는
눈꽃송이가 떨어지며 그를 바라봤을 때, 그는 일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
단다. 그리고, 뽀시락은 운이 좋은가 봐, 운 좋게도 하야니는 뽀시락의 바로 옆
자리에 있던 다른 눈꽃송이를 밀치고 내려앉았어.
그들은 곧 녹아버릴 사랑을 나누었지..
그런데, 봄이 왔단다. 눈꽃들에게는 독약과 같은 봄빛이... 봄빛은 들판, 개울
가, 나무 위 등 세상 온 천지에 비치며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봄빛의 따스함을 느끼는 만큼 눈꽃송이들이 죽어
간다는 것을... 겨우내 기죽어 있던 새싹은 이제 지들 세상이라는 듯이 눈을 뚫
고 초록을 뽐냈고, 눈들은 속수무책으로 타는 몸뚱이를 안고 울부짖고 포기하
고 ... 그랬지. 아. 하야니랑 뽀시락도 무서움에 몸을 떨었어. 운 좋게 하루를 견
뎠지만, 내일, 또 모레,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전에 없던 공포가 차가운 마음 속
을 비집고 들어와서 스멀스멀 퍼지는 것이었단다.
어느날 뽀시락이 눈을 떴을 때, 봄빛은 그의 사랑 하야니를 달콤한 죽음으로 인
도해 가려고 손을 뻗고 있었어. \"봄님! 기다려주세요!\"
봄빛은 이상하다는 듯 뽀시락을 쳐다보며 말했어. \"뽀시락님, 왜그러시나요?\"
\"하야니를 데리고 가지 말아 주세요! ... 안돼요... 하야니는...\"
\"뽀시락, 죽음이 두려운가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영원한 생명을 얻었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대체....\" \"뽀시락님은 순수한 사랑을 하셨잖아요. 이
제 당신은 새싹 속으로 스며들어가 새싹 안에서 또 하나의 생명을 얻고 초록과
함께 피어나게 될 겁니다... 영원히.\"
\"그럼.. 하야니는? 하야니도 날 좋아했으니까, 하야니도...\"
\"......당신의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요.\"
봄빛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딱한 듯 뽀시락을 바라보았어.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다는 말일 거야. 그지?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뽀시락님, 어서 흙 속으로 들어가세요.\"
봄빛이 어느새 더욱 강렬해졌단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지독하게....
하야니는 괴롭게 녹아내려갔지. 그리고 그 한 마디, \"뽀시락, 살려줘!\"
얼음으로 되어 있는 눈꽃송이는 일생에 단 한 번, 봄빛이 비칠 때 온 몸이 눈물
이 되어,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죽어간다지. 뽀시락은 하야니를 가만히 지켜보
는 수밖에 없었어.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업이니까....
하지만... 결국 뽀시락은 봄빛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해야 했단다.
\"나... 나도 하야니를 따라가고 싶어요... 새싹 속에서 영원히 산다는 거...
하야니가 없는 세상.. 나한텐 아무 가치가 없어요... 봄바람도... 풀잎도... 새들
노랫소리도.. 푸른 하늘도..\"
봄빛은 뽀시락의 청을 들어 주기로 했단다. 그리고.. 그는 자기 몸이 녹아 흐르
는 것을 느끼며 생애 처음으로 눈물이란 것을 흘려 보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