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어간다.
하나씩 나의 예전에 잊지 못할 삶들을.
내 추억은 다른애들처럼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다거나가 아니다.
처음으로 다쳤을 때였다.
처음으로 다쳤을때 모두 그것을 추억으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난 엄마가 걱정 할까봐서 남몰래 했었다.
내 저금통장에 있는 돈을 나 혼자 내 도장을 써서 엄마 몰래 병원엘 다녔었다.
그건 무려 내가 14살때. 지금으로 부터 13년 전이다.
내 나이가 벌써 27살.
난 다른사람보다도 남의 눈치를 잘 봤다.
그래서 엄마몰래 그랬던 거였다.
어느날 내 통장에 있던 거금들이 사라진 것을 엄마가 알자...
엄마가 그랬다.
"너, 정신이 있니, 없니!! 너, 어떻게 돈빼갔어. 응?"
"...잘...못했어요.."
"당연하지!! 빨리 말해!!"
"엄마... 나... 다리... 깁스했는데..."
"뭐, 뭐야? 왜 엄마한테 이야기 안했어? 어떻게 했는데?"
"엄마가...있잖아..."
"내가 왜?"
"엄마가 나보고 빨래 널으라 했잖아. 근데, 그때 미끄러졌어."
"뭐, 12층에서 미끄러져? 근데 어떻게 걸었어?"
"엄마한테 혼날까봐... 일부러 걸었지. 그래서 돈빼고 병원갔어."
"그러니까 뭐라던?"
엄마가 찬찬히 듣기로 했나보다. 난 혼날 각오를 하고 말했다. 나의 실수때문에 떨어진 거니까....
"뼈... 으스러져서... 새로 끼워야 된대잖아... 나... 일부러 깁스를 택했어.엄마, 그거 하면.... 돈이... 몇백만원이 나간대잖아... 일부러 제일 싼거...했어..."
"이..."
엄마의 커다란 "이"소리에 이렇게 말할줄 알았다.
"이 멍청아, 그래서 돈 빼가? 조금 참으면 엄마랑 같이 같잖아!"
라며 혼낼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이 녀석아... 돈이 몇백만원 나가든 말든... 넌 내딸이야. 뼈 다시 끼워서 돈나가면... 엄마랑 아빠랑 돈벌어오면 되잖아.. 다시가서.. 뼈 끼우고 오자. 응?"
"아냐, 이대로 살면서 장애인들의 고통을 느끼며 살꺼야. 엄마, 누구든 느껴보지 않고 그 고통을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래... 다음부턴 엄마한테 말하고 가. 알겠지?"
"응. 알겠어..."
그러나... 지금은 막내 일곱째인 날 낳고서, 내가 17살이 되던해에 돌아가셨다.
지금도 그생각을 하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오늘 눈이 벌써 10센티나 쌓인 저녁에...
남자친구한테... 편지를 받았다.
끝부분에서 눈물이 났다...
그애가 그랬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누가 뭐래든...
난 정말 행복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루종일 그 생각 뿐이었다.
맨 끝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넌, 나한테 공중전화를 걸기 위한 동전 다섯개와 같아.
그리고... 넌 나한테 맛좋은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과 같아.
우리, 한집에서 살자. 같이 텔레비젼도 보고, 별도 같이보고, 밥도 같이먹자.-
난...
그 누구보다 행복한 프로포즈를 받은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