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
어느 큰 병원에 있는 매점 옆에는 커다란 어항이 하나 있었어요. 그곳에는 금붕어들이 살고있었는데 그 중에는 까만 금붕어도 한 마리 있었어요. 병원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예쁜 금붕어들을 보며 즐거워했어요.
“금붕어들이 정말로 예쁜걸. 저 예쁜 색깔 좀 봐. 정말로 금빛이 나는 것 같아!”
사람들은 저마다 예쁜 금붕어들을 칭찬하며 좋아했지요. 하지만 이 까만 금붕어를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모두들 금붕어가 까만 색을 가지고 있으니 이상하다는 말만했지요. 그때마다 까만 금붕어는 창피해서 바위 뒤로 숨곤 했어요. 자신의 까만 색이 부끄러웠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병원에 ‘이슬’이라는 꼬마 여자아이가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엄마! 저것 좀 보세요. 어항에 까만 금붕어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까만 금붕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한 참이나 신기한 듯 쳐다보더니 그 까만 금붕어를 ‘검둥이’ 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전에는 이름이 없었던 까만 금붕어에게 ‘검둥이’란 이름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 후로 이슬이와 검둥이는 자주 만났어요. 병실이 갑갑했던 이슬이가 검둥이를 자주 찾아와 주었기 때문이에요.
“검둥아, 안녕?”
이슬이는 항상 검둥이에게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는 어항 유리벽에 작은 손을 대고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어요. 자신의 방에 있는 장난감 얘기, 지난 생일에 받은 하얀 원피스 얘기, 그리고 이제 세 살이 된 동생이 얼마나 울보인가 하는 얘기……
검둥이는 이슬이를 만나는 것이 몹시 즐거웠어요. 이제껏 검둥이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이슬이는 아픈 곳이 다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검둥아, 안녕, 잘있어!”
이슬이는 검둥이에게 손을 흔들고는 떠나버렸어요. 검둥이는 슬퍼졌어요. 맛있는 먹이를 먹어도 이리저리 헤엄을 쳐봐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어요. 이제는 더 이상 검둥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검둥이는 이슬이가 그리웠어요.
“와아! 까만 금붕어다!”
큰 소리에 깜짝 놀란 검둥이가 돌아보니 한 꼬마아이가 자신을 쳐다보며 서 있었어요. 검둥이는 꼬마 쪽으로 헤엄쳐 갔어요.
‘꼬마야 안녕? 그래서 내 이름이 검둥이란다.’
검둥이가 아이에게 말을 했어요. 그리고는 예전에 까만 금붕어란 소리만 들으면 창피해서 바위 뒤에 숨어버리곤 했던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검둥이는 생각했어요.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색깔이 창피하지 않아. 덕분에 이름이 생겼는걸.’
그리고는 문득 그 어항에 있는 많은 금붕어들 중에 이름을 가진 금붕어는 자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때 저쪽에서 이슬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니겠어요.
“검둥아, 네가 보고싶어서 왔어. 그 동안 잘 있었어?”
이슬이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검둥이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이슬이를 다시 만난 검둥이는 너무도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