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로 신문 배달을 할 때의 일이다.
늦어도 새벽 4시에는 일을 시작해야 했으므로, 내가 집에서 나오는 시간은 3시 30분쯤이었다.
그날도 정시에 집을 나온 나는 신문보급소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인적이 드문 새벽거리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그맘때를 참 좋아한다.
한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예닐곱 살 정도 돼 보이는 꼬마아이 하나가, 제 몸만 한 바구니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혼자서 어딜 가는 것일까? 갑자지 궁금증이 일었다.
나는 아이의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어디 가니?”
바쁘게 뛰어가던 아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별 주우러가요.”
“별?”
“예, 별이요.
조금 있으면 저 뒷동산 너머로 별들이 지거든요.
그러면 누군가가 그 별들을 다시 하늘로 보내줘야 하잖아요.
안 그러면 내일, 별이 뜨지 못할지도 몰라요.”
아이의 생각이 참 황당하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별들을 다시 하늘로 보낼 건데?”
아이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새총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걸로 쏘아 올리면 돼요.”
아이의 대답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아이는 분명 실망하게 될 것이다.
뒷동산에 별은커녕, 유리구슬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곧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 참 착하구나! 하지만 그럴 필요 없을 텐데.”
“왜요?”
“새벽이 되면 별님들이 뒷동산에 모두 모여 해님을 만들거든.”
“해님이요?”
“그래, 해님!
아침이 되면 별님들은 모두 사라지고 해님이 떠오르지?
그건 별님들이 모두 모여 해님이 되기 때문이야.
그래서 해님은 모든 별님들을 다 합해 놓은 만큼 밝고 크단다.
그리고 해님이 저녁이 되면 사라지는 건, 별님들이 다시 흩어져 나와 밤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이야.”
“와아! 정말이에요?”
아이는 새로운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던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응, 정말이야.”
“그럼, 정말 내가 안가도 되요?”
“그래.”
“그래도, 지금 뒷동산에 올라가면 별님들이 해님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잖아요?”
“아니. 볼 수 없을 거야.
해님이 너무 밝아서 눈만 아플걸?
그러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시 신문보급소로 향하며, 나는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총총히 뜬 별들이 참 아름다웠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