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와 가자미를 보신 적 있습니까?
서로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 힘들지 않던가요?
똑같아 보이지만 이 둘을 아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들의 눈이 어느 쪽으로 몰려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넙치의 눈은 왼쪽으로, 가자미의 눈은 오른쪽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금방 구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그들의 눈은 왜,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 그들의 눈이 어느 한 방향으로도 몰리지 않았던 옛날 옛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바다 속 은빛 모래마을에 살고 있는 넙치와 가자미들은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쌍둥이들처럼 똑같이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자기들이 더 잘난 물고기라며 늘 싸우기만 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의 이런 싸움을 보고자란 어린 넙치 ‘치치’와 가자미 ‘미미’도 사이가 좋을 리 없었습니다.
둘은 바다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싸워대는 둘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치치와 미미 때문에 고민하시던 해파리 담임선생님은, 어느 날 아침 치치와 미미를 짝으로 앉혔습니다.
짝이 되면 조금이라도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짝이 된 첫날 치치와 미미는 전보다도 더 심한 싸움을 벌였고, 반 아이들은 그런 둘을 보며 수군거렸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싸우다니...... 피곤하지도 않나?”
“둘 다 정말 고집불통이라니까.”
“저 둘이 친해지면 내가 육지에 가서 산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날 무렵, 치치와 미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둘의 눈이 한 방향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른쪽에 앉은 치치의 눈은 왼쪽으로, 왼쪽에 앉은 미미의 눈은 오른쪽으로 몰려, 마치 서로를 흘겨보는 것 같았습니다.
“쟤네 좀 봐! 얼마나 서로 노려봤으면...... 세상에...... 눈이 몰렸어!”
반 아이들은 그 모습에 황당해하고 놀라워했지만, 다른 반의 넙치와 가자미들은 자랑스러워하고 부러워했습니다.
“역시 치치야! 가자미와 짝이라니...... 말도 안 되지!”
“미미 너무 멋있지 않니? 나도 미미처럼 되고 싶어!”
넙치와 가자미들은 치치와 미미를 따라 넙치들은 왼쪽으로, 가자미들은 오른쪽으로 서로를 흘겨보았습니다.
해파리 선생님은 그런 모습에 크게 실망하여, 학교를 떠나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그 후로 은빛모래 마을에서 해파리 선생님을 본 물고기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치치와 미미는 서로를 미워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둘은 상대방의 마음을 모른 채, 아무도 모르게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런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봐 시비를 걸고 싸움을 벌여 왔을 뿐입니다.
눈이 한 방향으로 몰린 것도 흘겨봐서가 아니라, 좋아했기 때문에 몰래 훔쳐보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치치와 미미는 자신의 마음을 끝내 밝히지 못했고, 넙치와 가자미들은 그들이 원하던 대로 한 쪽으로 몰린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