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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블루 19

     날짜 : 2008년 11월 30일 (일) 3:51:34 오후     조회 : 4261      
차가운 회색 빛으로 도배되어 있는 감옥 안이다. 그러나 나는 감옥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진짜 감옥이라면, 제발, 제발 이 철창을 없애버리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벽을 막아버리란 말이야.
하지만 여기에는 컴퓨터가 없다. 게임기도 없다. 시를 쓸 수 있는 펜과 종이도 없다. 책도 없다.
홍차도, 모카 빵도, 우유도 없다. 식사시간마다 밀어넣어지는 것은 콩밥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것들.
먹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배가 고프다. 먹어야 한다. 먹는다. 죽기 싫은 돼지처럼. 꾸역 꾸역. 꾸역 꾸역...

누군가에 의해 갇혀져있다는 사실은 나를 미쳐버리게 한다.
누군가에 의해 감시받는다, 간섭받는다, 지시받는다, 시키는 대로 한다.
이는 누군가 나의 영혼을 속박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떠한 의미에서든 간에 이는 견뎌낼 수 없다.
누군가에 의해 갇혀지기 싫다면,  도망치거나 맞장 뜨거나 방법은 둘 밖에 없다.
나의 지옥같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는 나 혼자만의 삶을 꿈꾸기만 했다.
그 땐 이러한 제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미약한 존재인 나였으므로,
중학교 때부터 그 집단에 들어갈때까지는 나는 맞장을 뜨는 것을 택했다.
견디기 힘들었지만 나는 가면을 쓰고 살았다. 차라리 가면을 쓰고서라도, 그 가면으로 모든 사람들의
간섭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가면은 점점 무거워지고 피부 트러블을 일으켰다.
가면을 쓴 나, 지금까지 83이라고 불리던 나. 그 속에 있던, 초딩 시절 운동장 구석에서 모래장난을 하며
망상 속에서 영혼의 방랑을 꿈꾸던 나.
가면은 그 역할을 적어도 충실히 해 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면을 쓴 삶을 살게 되면서. 그 속의 나를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모든 사람이 이와 비슷한 성장을 했으리라.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대부분 이렇다.
그러나 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아니다. 아니, 그 시절 내가 겪어야 했던 건 순수한 "지옥"이었다.
나의 순수함은, 오직 세상에 대한 탈출과 고립속에서의 안도감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고립된 채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고립된 채로는 살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무려 60억이 넘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도 믿을 수 없었지만, 믿는 체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척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무에게도 괴롭힘 당하기 싫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강한 척을 했다.
아무에게도 놀림 받기 싫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힘 센 척을 했다.
아무에게도 욕 먹기 싫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인정받길 원했다.
그게 나의 생존 전략이었다.
나는 나의 순수한 영혼을 억누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남에게 억눌리느니 차라리 내가 억누르고 말겠다.
차라리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고 말겠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나를 만들어 놓겠다.

그 집단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그러나
한계치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가 나를 억누르고 살아온다는 사실은 나에게 항상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었다.
그 요체는 이것이었다. 힘들다. 나의 자유로운 영혼을 풀어주고 싶다. 그러나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언제나 우울했다. 자유롭고 싶은데 내가 나를 그렇게 하질 못한다. 그렇게 하면 죽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나를 이렇게 몰아세우고 있는데
남이 나를 몰아세우는 걸, 남이 나를 괴롭히는 걸, 남이 내 영혼을 직접적으로 억누르는 걸
더이상 견뎌낼 수가 없다.

이거다.
아무리 나를 강하게 단련해도, 내 딴에는 남이 나를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나를 단련시켜놔도
그 한계치는 너무 명백하고 이 세상은 내게 그렇게 자비롭지 못했다.
특히 그 집단에서는.
나는 가면을 쓰고 있는 채로 내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 걸 아무 저항도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병신이 되었다. 상병신. 진짜 병신.
가면이 산산조각 나고 나는 초등학교 시절로 환원되었다.
그 동안의 나의 모든 노력은 다 헛 일이었구나.
결국 나는 안 되는 구나, 나는 타인과 소통할 수 없구나.
나는 혼자일 수 밖에 없구나.
그래서 나는 골방으로 기어들어간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나 혼자만 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혼자 살 수는 없는 시스템이었다. 즉, 불완전한 골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곧 모순에 부딛혔다.
나는 혼자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가면이 부서져 버렸다는 것이 판명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었던 걸까.
옛 가면의 잔재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나의 영혼이 나 혼자서만 행복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남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그래서 내가 어정쩡하게 내세운 잠정적 가설은
가면을 쓰지 않고도 영혼을 소통할 수 있는, 즉 초딩 시절의 벌거벗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함께 할 수 있느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 노력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는 와중에 나의 이 중간적인, 잉여적인 삶에 대한 회의가 밀려들어 온 것이다.
결판을 내야지. 나의 이 방법이 가능한지 아닌지.
그 결과는 깜빵행이다.

그러니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나는... 떠나야 한다.

정말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 혼자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그 어떤 것도 나를 막을 수 없는 곳으로.

그 어떤 것도 내 행복을 저지할 수 없는 곳으로.  -夕風

- 夕風 - 외로운 저녁날, 춤을 추는 노을빛 아래 나의 고향 마을은 어둠에 잠기어가고 슬픈 노랫자락 바람에 날리울 때 가만히 잘 우린 얼그레이 한 잔 집어들고 읊어 본다. 나의, 저녁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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